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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허삼영 감독은 지난 1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슬럼프 탈출 기미를 보이던 김상수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시즌 9차전. 삼성은 연패 탈출이 급했다. 전날 더블헤더에서 불펜을 총동원 하고도 1무1패.
타선이 초반부터 힘을 냈지만 연패 탈출은 쉽지 않았다. 저력의 랜더스가 달아날 때마다 덜미를 잡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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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패스트볼이 때 마침 몸쪽 높은쪽으로 날아왔다. 전광석화 처럼 배트가 돌았다. 발사각도 19도, 라인드라이브로 비행한 타구가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마수걸이포가 결승포가 되는 순간이었다.
"진용이 볼은 투낫싱 가면 치기 어려울 것 같아 과감하게 돌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직구를 생각했던 게 좋은 스윙으로 이어졌습니다."
홈런 치고 들어간 김상수를 맞는 동료들이 더 기뻐했다.
올시즌 그의 마음고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수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한때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졌다. 2009년 프로 데뷔 후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당혹스러운 결과.
힘든 순간은 철저히 자신 만의 몫이었다. 프로 선수가 짊어져야 할 무게.
"인생에서 이렇게 힘든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200타수 넘도록 타율이 저런 것도 처음이고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반복되다 보니 주위에서 '내려놓고 하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마음을 비우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중이다. 2일 창원 NC전까지 최근 7경기 연속 안타행진.
그렇게 오래 잘했던 야구가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야구는 타이밍이더라고요. 그동안 폼에 너무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타이밍을 찾기 위해 타격코치님과 상의하고 영상도 많이 보면서 공이 올때 대처를 빠르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동안 소극적이었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돌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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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것도 못하면 시합을 못 뛰는데 열심히 하려고 했죠. 호수비가 될 만한 타구가 유독 많이 왔던 것 같고,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하늘이 다 안주시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수비에서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시합 뛰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늘 천재적인 내야수로 살았던 김상수. 경험해보지 못한 고난이 야구인생 제2막으로 넘어가려는 베테랑에게 큰 깨달음을 던져줬다. 견뎌낼 수 있는 이상 시련은 삶을, 그리고 야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그가 살아나자 덕아웃 분위기가 살아났다. 허삼영 감독은 "김상수 선수가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인데 최근 부진으로 덩달아 어두웠었다"며 부활을 반가워 했다.
실제 2일 창원 NC전에서 오재일의 쐐기 홈런포가 터지자 김상수는 승리 투수(7승)가 확실시 된 선발 백정현에게 매달려 응석을 부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웃기는 후배의 장난에 평소 표정 변화가 없기로 유명한 백정현의 입꼬리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진 순간.
밤 11시가 넘어 창원으로 향하는 선수단 버스에 몸을 실었던 김상수. 만감이 교차한, 야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7월의 첫날을 보냈다. 한해의 절반이 시작된 날, 2021년 김상수 야구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열렸다. 그렇게 그는 다시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로 돌아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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