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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나승엽이 되새겨준 '초보 중견수' 리스크, 롯데 외야 경쟁 흐름 바뀔까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1-03-18 11:45 | 최종수정 2021-03-18 13:51


롯데 자이언츠 2021시즌 스프링캠프 훈련이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됐다. 롯데 나승엽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3.08/

[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7연승 후 1패. 롯데 자이언츠가 3월 연습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다. 내외야에서 젊은피들의 활약이 빛난 2주였다.

하지만 마지막 연습경기인 17일 NC 다이노스전, 연일 "어린 선수들이 준비를 잘해왔다"며 미소짓던 허문회 감독이 아쉬워할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경기는 7연승 내내 활발한 타격을 뽐냈던 롯데가 모처럼 펼친 투수전이었다. NC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와 선발요원 김영규가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롯데 역시 노경은 박세웅 이승헌 등 선발 후보들의 연투로 맞섰다. 그 결과 두 팀은 6회초까지 0-0의 균형을 유지했다.

승부는 6회말 롯데의 실책으로 갈렸다. 선두타자 모창민의 빗맞은 타구는 2루수와 중견수 사이로 흔들리며 날아갔다. 애매하긴 해도 중견수가 달려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잡을만한 위치였다. 문제는 이순간 롯데의 중견수가 '초보' 나승엽이었다는 것. 실책이 나왔고, 이후 마운드 위의 이승헌이 흔들리면서 2사 만루에서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 결승점을 내줬다.

롯데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중견수 오디션을 진행중이다. 전준우와 손아섭을 감안하면, 남는 자리는 민병헌이 지병으로 이탈한 중견수 뿐이다. 김재유 강로한 최민재 추재현 신용수가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코칭스태프의 호평 속 신인 나승엽까지 합류했다. 다들 발 빠르기부터 강견, 펀치력까지 한가닥 하는 '툴가이'들이다.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이들의 경쟁은 정규시즌 개막을 기다리는 3월 사직구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이들 중 김재유와 최민재를 제외하면 모두 내야에서 외야로 전직한지 2~3년 미만인 선수들이다. 특히 나승엽의 경우 학창시절에는 내야수만 보다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외야 훈련을 받았다. 외야 경험이 아직 두달도 안된 '생초보'다. 긴 다리로 훌쩍훌쩍 뛰어다니는 스피드나 순발력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휘는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나 순간적인 콜플레이 등에 아쉬움이 있다.


17일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6회 NC 모창민의 외야 뜬볼 타구를 롯데 안치홍 2루수가 따라갔으나 아쉽게 놓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3.17/
모창민의 타구처럼 내외야 사이의 뜬공은 내야수보다 외야수가 처리하는 게 정석이다. 물러서면서 잡기보단 전진하면서 잡는게 편하고, 공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좋기 때문. 하지만 나승엽은 스타트가 늦었는지 안치홍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건지, 기운차게 달려들어오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안치홍은 황급히 몇걸음 더 따라가 팔을 뻗었지만, 공은 글러브 끝에 맞고 떨어졌다.

내야수 중에는 외야 수비를 경시하는 선수들도 있다. 내야는 타구에 반응하기엔 공과의 거리가 너무 짧다. 공을 쫓으려면 예측은 필수다. 또 자신의 수비가 아니라도 시종일관 호흡을 맞춰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한다. 상황에 맞는 잔걸음 대처도 필수. 반면 '공을 보고 따라가면 되는' 외야 수비는 스피드와 어깨만 좋으면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외야수의 수비 범위는 터무니없이 넓다. 이를 모두 대처하려면 결국 투수의 제구와 타자의 성향 등을 고려한 사전 움직임부터 시작이다. 또한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공를 좇을 수 있는 타구 판단 능력도 중요하다.

롯데 중견수 후보 중 이 부분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선수는 김재유다. 지난해부터 허 감독이 김재유를 콜업, 1군에서 꾸준히 활용한 이유다.


17일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6회 NC 모창민의 외야 뜬볼 타구를 롯데 안치홍 2루수가 따라갔으나 아쉽게 놓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3.17/
중견수는 흔히 '외야의 중심'으로 불린다. 코너 외야수에 비해 타격이나 파워가 덜 강조되고, 대신 빠른 발과 타구 판단 능력에 기반한 넓은 수비 범위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허 감독은 "정훈 외에 1군 외야에서 활용할 선수가 최소 2명은 더 있어야한다. 올봄에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의중을 정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초보 외야수 리스크'를 감안할 경우 김재유나 최민재가 주전 경쟁에서 조금 앞서나갈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날 롯데는 내야에서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수비형 내야 멀티로 각광받던 배성근이 8회 무사 1,2루의 결정적 상황에서 실책을 범해 무사 만루를 만들어준 것. 박진형 역시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가점을 내줬다. 이날 NC는 밀어내기로만 3점을 뽑으며 롯데를 꺾고 연습경기 4연패의 고리를 끊어냈다.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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