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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삼성에 입단한 1982년생 오승환.
물리적으로 너무 멀어보이는 둘 사이를 이어준 건 역시 둥근 야구공이었다.
오승환의 손을 떠나 타자의 배트에 반사된 공을 내야수 김지찬이 기막힌 호수비로 걷어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유독 오승환 선배 등판 경기 마다 날다람쥐 보다 빠른 김지찬의 슈퍼캐치가 잦았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지찬아 원하는 거 얘기해라." 중참 김대우의 조율로 결국 선물은 지갑으로 낙찰됐다.
시즌 중임에도 오승환은 아침 일찍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내 백화점을 찾아 고가의 지갑을 직접 사서 건넸다.
"그 지갑을 사기 위해서 백화점에서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어요.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오해 기다려야 하는 지 몰랐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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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돌부처 이미지와 달리 마이크 앞에 앉은 오승환은 달변가였다. 다채로운 흥미로운 주제를 꺼내들며 숨겨둔 방송 실력을 뽐냈다. 그라운드 뒷이야기는 물론 해외 진출 당시 에피소드까지 대방출 했다.
무엇보다 동료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돋보였다. 때론 선수 개개인에 얽힌 에피소드, 때론 선수의 과제를 언급하면서도 마무리는 늘 해당 선수의 장점과 희망적 요소에 대한 덕담으로 채웠다. 라이온즈 파크 내 선수단 공간에 신경을 쓴 구단에도 선수단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알찬 내용과 재미, 그리고 의미까지 채운 특별한 시간. 과하지 않은, 절제된 언어 속에 최고참 선배의 품격이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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