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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백업'이라 하긴 그렇고…"
하지만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단호하다.
"주전이라 생각한 적 없습니다. 팀에서 원하는 대로 주어진 역할을 잘하는 것이 제 몫입니다."
상무 제대 후 타격 지표가 부쩍 좋아졌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 처럼 변신한다. 빼어난 컨택트 능력 덕분이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와 '싸움'을 할 줄 아는 선수. 실제 그는 지난 1일 롯데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톱타자로 선발 출전, 1회부터 선발 이승헌을 괴롭혔다. 풀카운트에서 잇달아 커트를 해낸 끝에 9구 만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첫 타자 승부에서 기분이 상한 이승헌이 살짝 흔들렸다. 강한울의 가치가 돋보였던 장면.
9일 NC전도 '타자' 강한울의 타격 센스가 빛났다. 톱타자 박해민이 행운의 3루타로 출루한 뒤 피렐라가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자칫 선취득점 찬스가 무산될 수 있는 압박감 속에 3번 강한울이 첫 타석에 섰다. 그는 NC 에이스 루친스키에게 1B2S로 몰렸다. 하지만 유인구 2개를 차분히 골라낸 뒤 파울을 내며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컨택해 기어이 2루 쪽 느린 땅볼을 만들어냈다. NC 내야진이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지만 타구가 느려 타점으로 연결됐다.
14일 대구 LG전에서는 5회 왼손 투수 김윤식 공을 결대로 밀어 좌전 적시타를 날리며 클러치 능력까지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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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트라이크를 먹기 전까지와 이후 타격이 다르긴 합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컨택에 집중해서 파울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더 집중이 되긴 해요."
상무 시절 "제 자리에서 강하게 돌리는 스윙으로 바꿨다"는 강한울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적극적이고 빠른 스윙으로 장타도 심심치 않게 뽑아낸다. 지난 시즌 전역 후 통산 첫 홈런을 광활한 잠실구장에서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도 3회 1사 1,2루에서 루친스키 공을 밀어 중견수 키를 넘어갈 뻔 한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군 전역 후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강한울. 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입대 전에 실수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제대하고 나서는 조금 성숙해진 것 같아요. 야구도 조금은 알 것 같고…."
공-수-주에서 알토란 같은 실력을 두루 갖춘 슈퍼 백업. 강한울의 존재감이 삼성 내야진을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다. 조금만 삐끗하면 바로 주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현실적 공포이자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실제 강한울은 연습경기부터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섭렵하며 호시탐탐 주전 입성을 노리고 있다.
팀 내 건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강한울의 존재감. 달라지고 있는 삼성 야구의 한 단면이자 에너지 부스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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