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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기 싫은건가, 솜방망이 처벌에 팬들의 비난이 두려운건가.
키움은 23일 절차대로 추가 소명서를 제출했고, 정 총재는 구단의 소명 및 상벌위 결과를 보고받아 검토했다. 그러나 정 총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좀 더 숙고한 뒤 최종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번 구단의 '팬 사찰' 건은 이택근의 제보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택근은 영상을 촬영한 팬을 상대로 언론사 제보 여부를 확인하라는 구단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구단이 CCTV로 영상 촬영 팬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중한 사안인 건 맞다. 그러나 팩트는 단순하다. 이택근이 제출한 구단의 팬 사찰이 실제로 이뤄졌느냐다. 그리고 구단이 한 행동이 사찰이라는 단어에 맞느냐는 것이다. 독립성 보장을 위해 총재와 사무총장이 구성원에서 배재돼 있는 상벌위에는 법률자문가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법리적 해석이 가능하다. 또 이 사안이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정하면 된다. 다만 정 총재는 그 결정이 어렵다며 숙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두 가지 목소리를 낸다. 우선 자신의 손에 손을 묻히지 않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임기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새 총재가 선출됐다. 정지택 두산 베어스 구단주대행이 23대 KBO 총재로 선임됐다. 일주일만 버티면 이 사안은 신임 총재가 논의해야 할 첫 번째 상벌 사안이 된다.
다른 한 가지는 솜방망이 처벌에 따른 팬들의 질책과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거의 전례를 봤을 때 이런 사안 같은 경우 KBO는 수사 권한이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구단의 손을 들어주고 추후 법정다툼의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안의 중요성이 잊혀졌다. 정 총재도 시간이 묘약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구단들과 대척점에 서고 싶은 총재는 없을 것이다. 항상 구단 사단장들에게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임기 마지막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 마지막은 '보스'가 아닌 '리더'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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