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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진단]양질의 KBO리그 자원, '무차별 유출' 막을 방법은 없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12-14 11:11


2020 KBO리그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선발투수 플렉센이 투구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11.23/

2020시즌 KBO리그 최고의 타자 로하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올 겨울에도 굵직한 외국인 선수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

올해 정규시즌 MVP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가 한신 타이거스로 둥지를 옮기더니,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한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다. 한신이 두산 라울 알칸타라 영입을 사실상 확정지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무려 3명이 KBO리그를 떠나게 됐다. 또한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와 각각 재계약한 댄 스트레일리와 애런 브룩스도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두산 조쉬 린드블럼이 3년 계약을 보장한 밀워키 브루어스의 손을 잡았고, 2년 전에는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년 계약을 하며 KBO리그에 이별을 고했다.

선수가 더 큰 무대, 정확히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리그를 찾는 건 동서양이 따로 없다. 이들 모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해외 구단을 택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선수를 공급하는 '육성 리그'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질의 자원들이 무분별하게 유출되다 보니 KBO리그의 질적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핵심 선수를 해외에 빼앗긴 구단들은 "돈 싸움에서 경쟁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로하스의 경우 KT가 제시한 조건은 2년 기준으로 한신보다 100만달러 정도가 부족했다고 한다. 두산은 플렉센에게 올해 74만3000달러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시애틀의 적극적인 구애를 이길 수는 없었다.

해외 에이전트들은 "KBO리그는 외인 선수들에 인색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한 두 시즌 검증을 거쳐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라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협상 태도가 매우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두산은 2011년 더스틴 니퍼트가 15승6패, 평균자책점 2.55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자 그해 겨울 구단 수뇌부가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다년계약을 받아왔고, NC 다이노스는 2014년 37홈런, 121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에릭 테임즈를 2년 계약으로 붙잡은 바 있다.

KBO 규약에 따르면 해당 구단이 보류권을 갖고 있는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할 때는 금액과 계약기간에 제한이 없다. 1~2년간 실력 검증을 마쳤다면 굳이 1년 계약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다년계약은 신분이 불안한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돈과 계약기간을 통해 얼마든지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다. 구단들이 FA 시장을 마주할 때처럼 양질의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도 열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선발투수가 늘 부족한 구단들은 1-2선발급이라면 기를 쓰고 잡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돈 싸움에서 미국, 일본 구단들을 이길 수는 없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첫 시즌 잘하면 다음 시즌 최대로 줄 수 있는 돈은 150만달러 정도다. 200만달러까지 주기는 힘들다"면서 "하지만 미국, 일본에서 연간 200만~250만달러를 2~3년 동안 준다는데 여기에 남겠나. 돈 싸움이 안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 신규 선수 상한액이 100만달러다. 그건 남겨두더라도 계약기간은 풀어줬으면 한다. 처음 온 선수에게 '1+1년' 혹은 2년을 보장해주면 우리가 최소한 2년간 데리고 있을 수 있다. 지금처럼 1년만 하고 떠나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적료를 주고 데려오면서 떠날 때는 받지도 못하는데, 다른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리그의 무차별 습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터져 나왔다. KBO와 구단들은 실현 가능한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포스팅시스템이나 FA 제도를 통한 유출과는 다른 문제다. 빼앗기는 걸 하염없이 지켜볼 수만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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