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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올 겨울에도 굵직한 외국인 선수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
선수가 더 큰 무대, 정확히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리그를 찾는 건 동서양이 따로 없다. 이들 모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해외 구단을 택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선수를 공급하는 '육성 리그'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질의 자원들이 무분별하게 유출되다 보니 KBO리그의 질적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핵심 선수를 해외에 빼앗긴 구단들은 "돈 싸움에서 경쟁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로하스의 경우 KT가 제시한 조건은 2년 기준으로 한신보다 100만달러 정도가 부족했다고 한다. 두산은 플렉센에게 올해 74만3000달러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시애틀의 적극적인 구애를 이길 수는 없었다.
KBO 규약에 따르면 해당 구단이 보류권을 갖고 있는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할 때는 금액과 계약기간에 제한이 없다. 1~2년간 실력 검증을 마쳤다면 굳이 1년 계약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다년계약은 신분이 불안한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돈과 계약기간을 통해 얼마든지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다. 구단들이 FA 시장을 마주할 때처럼 양질의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도 열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선발투수가 늘 부족한 구단들은 1-2선발급이라면 기를 쓰고 잡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돈 싸움에서 미국, 일본 구단들을 이길 수는 없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첫 시즌 잘하면 다음 시즌 최대로 줄 수 있는 돈은 150만달러 정도다. 200만달러까지 주기는 힘들다"면서 "하지만 미국, 일본에서 연간 200만~250만달러를 2~3년 동안 준다는데 여기에 남겠나. 돈 싸움이 안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 신규 선수 상한액이 100만달러다. 그건 남겨두더라도 계약기간은 풀어줬으면 한다. 처음 온 선수에게 '1+1년' 혹은 2년을 보장해주면 우리가 최소한 2년간 데리고 있을 수 있다. 지금처럼 1년만 하고 떠나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적료를 주고 데려오면서 떠날 때는 받지도 못하는데, 다른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리그의 무차별 습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터져 나왔다. KBO와 구단들은 실현 가능한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포스팅시스템이나 FA 제도를 통한 유출과는 다른 문제다. 빼앗기는 걸 하염없이 지켜볼 수만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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