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시선]달라진 선수협의 목소리, 발로 뛰어야 '힘' 얻는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12-12 20:50 | 최종수정 2020-12-13 10:50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변화의 신호탄일까.

판공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양의지 시대'에 접어든 뒤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KBO(한국야구위원회) 실행위원회에서 2차 드래프트 폐지안이 나오자 재고 및 대안 마련을 요청하는가 하면, 허 민 이사회 의장과 키움 히어로즈의 '팬 사찰 의혹'에 대해 KBO에 강력한 징계를 요청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두 시즌간 여러 안건에서 침묵 내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쳤던 선수협의 모습에서 진일보 했다.

선수협 안팎의 자성이 단초가 된 모습. 회장 공백 사태부터 판공비 논란에 이르기까지의 원인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어야 할 선수들이 뒷짐만 졌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내부의 자성과 변화 요구는 신임 집행부가 적극적인 발걸음을 옮기는 동력이 되고 있다.

선수협의 목소리가 KBO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수 년 동안 '친목단체', '귀족협회' 등 비아냥을 들어왔던 선수협이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내친김에 선수협이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안에 대해 단순한 성명으로 입장을 대신하기 보다, 양의지 회장 및 집행부를 비롯한 각 팀의 간판 선수들이 전면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선수회(NPBPA)의 모습을 참고할 만하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 KBO리그 2차 드래프트처럼 출전 기회가 없는 선수들의 이적을 활성화 시키자는 이른바 '현역 초안' 활성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 및 NPB 사무국과의 협상장에 양대리그 간판 선수였던 아키야마 쇼고(세이부 라이온즈), 마루 요시히로(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내보냈다. 이들은 NPBPA 임원 신분이 아닌 현역 선수 신분으로 자리에 섰다. 스미타니 긴지로 NPBPA 회장은 당시 "아키야마와 마루가 임원 신분이 아닌 것은 상관없다. 한 명이라도 많은 선수들이 NPB 사무국과의 협상을 체감토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양대리그 간판 스타들이 나선 협상의 주목도는 크게 올라설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일정을 제쳐두고 '선수 권익 향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총대를 짊어진 선수들의 결단과 행동 역시 인상적이었다.

물론 선수들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KBO 실행위나 이사회가 온전히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의견을 경청할지는 미지수다. 행정에 미숙한 선수들이 요점을 짚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처우 개선을 위해 스스로 뛰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선수협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선수협이 바라는 '인정 받는 단체', '힘 있는 조직'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힘은 누가 대신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바늘구멍을 뚫고 프로의 결실을 이룬 선수들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부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