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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원래 찬스에 강한 타자인데…귀신에 씌인 것 같은 한 해였다."
올해도 끝내기 보크와 사구를 적립하며 그다운 면모를 입증했다. 정진호는 홈런과 안타, 밀어내기 사구, 보크로 경기를 끝낸 기록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2017년의 사이클링 히트 당시 정진호의 등번호는 23번이었는데, KBO 통산 23호였다. 지난 10월 4일 오윤석(롯데 자이언츠, 4이닝)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프로야구 최소 이닝(4⅔이닝) 기록이었다. 2018~2019년에는 2년 연속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시즌 정진호는 주자 만루시 타율이 '0'이었다. 정확히는 11타수 무안타(1사구)다. 지난해까지 정진호의 득점권 타율은 2할7푼3리로, 통산 타율(2할6푼3리)보다 높았다. 특히 고비 때마다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타석 넘게 출전 기회를 받은 2017~2018년에는 2년 연속 30타점을 넘겼다. 하지만 올시즌 정진호의 득점권 타율은 1할9푼2리에 불과하다.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원래 찬스에 약했던 타자도 아니고…한두번 못치다보니까 더 신경이 쓰이면서 생각이 너무 많다보니 끝까지 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뭐가 씌인 것 같은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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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자신에 대한 총평을 부탁하자 "100점 만점에 60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팀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고, 자신도 많은 타석에 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평이다. 그는 "그래도 고생했으니까 60점 정도는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진호가 꼽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9월 15일 LG 트윈스 전의 끝내기 사구였다. 당시 정진호는 연장 10회말 LG 마무리 고우석의 153㎞ 직구에 팔을 강타당했다. 당시 정진호가 일어나 1루로 걷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만큼 강한 충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한화가 시즌 30승째를 달성한 순간이라 동료들은 정진호의 아픔을 돌보기보단 기쁨을 함께 누렸다. 정진호는 당시를 회상하며 멋적어했다.
"끝내기 보크(5월 17일)는 내가 뭘 한 게 없다. 그냥 그 순간 타석에 서 있었고, 투수가 3루주자 움직임에 신경쓰다 그렇게 됐을 뿐이다. 몸에 맞는 볼은 그래도 내 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끝내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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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정진호는 뜻밖의 포부를 드러냈다. '주장'에 대한 열망이었다. 한화 주장의 선출은 오랫동안 감독에게 결정권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시즌을 앞두고 한용덕 전 감독은 선수단 투표로 방식을 바꿨다. 카를로스 수베로 신임 감독의 속내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프로팀에 입단한 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KBO리그 1군에서 주장을 한다면, 평생의 영광이 아닐까. 항상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 한화에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사실 당장은 가능성이 없다. 내년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완전 잘해서, 내후년 주장에 도전하고 싶다."
대전=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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