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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 시즌을 마감하는 포스트시즌.
'가을의 발견'을 통해 우완 트리오 탄생 가능성이 열렸다.
KT 소형준(19), NC 송명기(20), 두산 김민규(21)다. 평균 연령 20세의 우완 파이어볼러. 두둑한 배짱과 강력한 구위, 다양한 구종을 자랑하는 한국야구의 미래다.
미국 진출 선언으로 대표팀 승선이 불투명 해진 양현종을 대체할 좌완 에이스 구창모(23)도 시리즈를 통해 부상 회복과 건재함을 알렸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KT 신인 소형준은 외인 듀오를 제치고 팀의 1선발로 활약하며 에이스 자리를 굳혔다. 시즌 중 주춤했던 LG 불펜 영건 파이어볼러 고우석(22) 정우영(21)도 정상 궤도로의 복귀를 알렸다. 키움 안우진(21)은 150㎞ 중후반대의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무력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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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2년 차 송명기는 시즌 후반 선발 전환 후 무섭게 성장중이다. 8월까지 불펜에서 롱 릴리프로 활약하다 8월 21일 광주 KIA전부터 선발로 전환된 이후 승승장구 하고 있다. 9월 25일 창원 LG전부터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28일 롯데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달렸다.
상승세는 가을야구로 이어졌다.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린 지난 21일 한국시리즈 4차전.
무거운 짐을 지고 마운드에 오른 고졸 2년차 영건은 씩씩했다. 선발 5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 1등 공신이었다. 타자 앞에서 테일링 되며 휘어져 들어가는 공을 거침 없이 뿌리는 두둑한 배짱투가 인상적이었다.
두산 3년차 우완 김민규도 주목할 만한 영건이다.
4차전 송명기와 펼친 영건 선발 맞대결은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5⅓이닝 4안타 1실점. 단 하나의 실점도 1사 후 1루에 남긴 주자에게 이영하가 허용한 득점이었다.
김민규의 반란은 KT와의 플레이오프 부터 예고돼 있었다.
2경기에 구원 등판, 5⅔ 이닝 4안타 무실점의 완벽투.
특히 지난 13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을 1회에 구원해 2대0 승리를 이끌며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은 장면은 짜릿한 기억으로 남았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무표정과 침착함이 돋보이는 투수.
송명기와 김민규 두 투수는 큰 경기에서 흔들림 없는 멘탈이 강점. 게다가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전천후 쓰임새로 대표팀 활용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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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슈퍼루키. 지난 9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외국인 에이스 데스파이네를 제치고 선발로 낙점됐다. 6⅔이닝 3안타 무실점의 환상투로 플렉센과 눈부신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 내내 소형준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포스트시즌 팀과 자신의 첫 경기란 이중의 중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국제 무대에서도 마치 베테랑 같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고척 스카이돔을 찾은 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다. 그동안 마운드 구성을 놓고 고민이 많았던 터. 젊은 투수들의 발견은 새로운 희망이다.
김경문 감독은 "국제대회 무대에 서려면 충분한 경험도 필요하다"며 영건 발탁 여부에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올 겨울 더 큰 성장 기회가 있다.
큰 경기인 가을 야구를 거치면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큰 깨달음을 얻을 선수들. 겨우내 폭풍 성장을 통해 대표팀 한축을 듬직하게 책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수들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김경문 감독 역시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앞두고 있는 만큼 겨우내 캠프를 거치면서 알찬 시간을 보내면 내년 시즌 초 두각을 나타내는 투수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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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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