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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생애 첫 포스트시즌. 2번 나와서 1승과 1세이브. 두산 베어스는 김민규라는 귀한 투수를 재발견 했다.
그리고 마운드에 김민규가 올랐다. 부랴부랴 몸을 풀고 올라갔지만, 김민규는 이날 혼자서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시원시원한 투구에 KT 타자들은 오히려 리듬을 잃었다. 두산은 이날 김민규의 호투 덕분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승리 투수도 김민규 차지였다.
이어진 한국시리즈. 이번에는 마무리 이영하가 흔들렸다. 5-1로 4점 앞선 두산은 9회말 예정대로 이영하를 등판시켰다. 그런데 첫 타자 양의지와의 승부부터 돔구장 천장을 맞고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박석민은 땅볼 처리했지만, 계속된 안타와 볼넷 허용. 1사 만루에서 이영하가 애런 알테어에게 1타점 적시타 그리고 강진성과의 승부에서 풀카운트에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4점 차는 순식간에 1점 차가 됐다.
김민규는 NC의 까다로운 '리드오프' 박민우를 상대했다. 1B2S에서 4구째 던진 과감한 포크볼에 박민우가 방망이를 헛돌렸다. 헛스윙 삼진 2아웃. 다음 타자는 이명기. 이명기와의 승부에서 1S이후 3구 연속 볼이 들어갔지만 5구째 건드린 타구가 바운드 크게 튀면서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1루수 오재일이 기다리다 잡았고, 1루 베이스를 터치하며 경기를 끝냈다.
'막내의 반란'이었다. 1999년생 프로 3년차인 김민규는 현재 두산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중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어리다. 올해 연봉도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약간 넘는 2900만원에 불과한 어린 투수다.
하지만 생애 처음 겪어보는 큰 무대에서 그는 어떤 선배 투수들보다 강심장으로 맹활약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 자신이 원하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원래 내성적인 편인데다 긴장을 많이 했었다. 김민규는 포스트시즌 첫 등판을 마치고는 "다리가 없어진 기분이었다"고 했고, 한국시리즈 첫 등판을 마치고는 "너무 긴장을 했어서 말이 잘 안나올 정도"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1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을 많이 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김민규는 "마운드에서만큼은 내성적인 성격이 바뀐 것 같다. 내가 최고다 하는 마음으로 당당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띠동갑이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베테랑 김재호도 그런 김민규를 바라 보며 "민규가 작년까지만 해도 캠프때 정말 좋다가 감독님이 보실 때마다 (못 던져서)안타까운 투수였다. 그래도 올해 그걸 완전히 탈피했다. 지금 민규만큼 잘 던져주는 투수가 없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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