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포커스]"느껴봐, 네 공이 얼마나 빠른지…" 최원호 감독대행의 역지사지 조련법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8-17 09:17


8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진욱이 투구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8.01/

[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투수 전문가다.

늘 연구하는 이론가. 역학 전공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해박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피칭연구소'도 운영했다.

그만큼 투수 육성에 대한 주관과 소신이 확고하다.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한화 2군 감독으로 부임했던 최원호 감독은 시즌 초 한용덕 감독의 사퇴 공백을 메우며 감독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한화의 미래에 관심이 많다. 기회가 닿는 대로 젊은 유망주들에게 많은 실전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해박한 지식 만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다.

역지사지 상황 조련법도 그중 하나다.

선수들, 특히 어린 선수들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좀처럼 확신이 없다. 당당히 맞서지 못하면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때론 입장을 바꿔 자신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지난 14일 삼성전 9회말에 타석에 선 약관의 투수 김진욱(20)이 대표적이었다.

한화는 경기 초반 점수 차가 벌어지자 야수를 대거 교체했다. 경기 후반 정은원이 사구 부상으로 8회초 수비 도중 빠졌다. 야수를 다쓴 상황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진 셈. 외야를 보던 강경학이 급히 2루로 오면서 지명타자 이용규가 외야수비를 나갔다. 투수가 타석에 서야할 상황.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무사 2루 한화 김진욱이 LG 이형종을 사구로 진루 시킨 후 사과를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7.17/
9회말 2사 후 김진욱 타석 때 최 감독대행은 본인 의사를 물은 뒤 타석에 세웠다.

"타석에서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주문했다. 스윙을 하든 안 하든 본인의 자유였다. 김진욱은 삼성 투수 홍정우의 패스트볼 2개를 시원하게 스윙한 뒤 3구째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의 의도적 타석 배치였다.

"고교 졸업한지 얼마 안됐고, 그래서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어요. 타이트한 상황이며 위협구가 올 수 있고, 다칠 우려도 있지만 한번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수의 타석 경험.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어린 투수들은 자신의 직구에 자신감이 떨어지거든요. 타석에 서보면 투수 공 스피드가 얼마나 빠른지 체감할 수 있어요. 내 볼이 이 정도로 위력이 있구나 느낄 필요도 있거든요. 그런 연습도 필요 해요. 본인이 쳐보겠다 그래서 쳐보라고 했죠."

실제 삼진을 당하고 들어온 김진욱에게 최원호 감독대행이 물었다.

"빠르냐?" "네, 엄청 빠르던데요." "네 공은 그 것보다 더 빠르니까 자신있게 던져라."

김진욱이 경험한 홍정우의 공 스피드는 141㎞~143㎞. 김진욱은 평균 구속 145㎞에 최고 150㎞ 가까이 찍는 강속구 투수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연상케 했던 최원호 감독과 김진욱 간에 오간 짧은 대화.

김진욱이 최 감독의 배려 속에 자신에 대한 무지를 크게 깨달았을까. 다음 등판에서의 자신감 변화에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키움과 한화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한화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최원호 감독대행.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8.13/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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