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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일문일답]'782일 만의 6이닝 부활' 롯데 장원삼 "자존심 내려놓은 지 오래, 팀에 도움되고픈 마음 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7-02 17:43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2020 KBO리그 경기가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장원삼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7.01/

[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많이 힘들었다(웃음)."

롯데 자이언츠 장원삼은 782일 만의 6이닝 투구 부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장원삼은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89개. 이날 팀이 2대6으로 패하면서 장원삼은 지난 5월 12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3이닝 5실점)에 이어 또다시 선발패에 그쳤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던 2018년 5월 11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6⅔이닝 5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이후 782일 만에 6이닝 투구에 성공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9㎞에 불과했다. 하지만 장원삼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주로 활용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1회 나성범에 솔로포, 4회 3실점을 하는 과정에서도 투구수는 20개를 넘지 않는 등 관리도 잘 이뤄졌다.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전성기 때의 구위는 없었지만, 세월의 무게 속에 켜켜이 쌓은 관록이 돋보인 투구였다. 전날 11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숨이 턱 밑까지 찼던 롯데는 장원삼의 역투 덕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장원삼을 향후 1군에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2일 NC전을 앞두고 "장원삼이 스프링캠프에 빠진 채 2군에서 긴 시간 몸을 만들었다. 스타 선수가 긴 시간 힘겹게 준비를 한 끝에 좋은 활약을 펼친 부분에 감독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고 고맙다"며 "다음에 선발 기회가 온다면 던질 수도 있고, 불펜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하나 추가돼 숨통이 트였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좋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오랜만에 1군에서 6이닝을 던졌다.

힘들었다(웃음). 오랜만에 던졌다.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소화 중이었다. 투구수나 이닝 모두 적절했다.

-허문회 감독은 5이닝까지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6회까지 투구수가 많지 않았다.


전날 불펜 투수들을 소모했다. 길게 던져야겠다는 생각 속에 마운드에 임했다. 5월 첫 등판 때 너무 못던져 부담도 컸다. 이번에도 못던지면 아예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대한 많이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실점이 있었지만 이닝을 길게 가져간 부분은 만족한다.

-작년에 비해 투구가 가볍다는 느낌이 들더라.

작년보다 몸을 잘 만들었다. 스프링캠프 대신 2군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몸을 만들었다. 2군 코치진의 배려도 컸다. '빨리 몸을 만들어 1군에서 던져야 한다'는 응원을 많이 받았다. 작년보다 몸상태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직구 비율이 크지 않았는데.

이제는 예전보다 직구 스피드나 힘이 많이 떨어지다보니 마운드에서 최대한 안맞는 피칭을 해야 한다. 그래서 변화구 비중을 늘렸다. 많이 던져보고 그립도 바꾸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7회말 상황은 당황스럽지 않았나.

그 상황을 못봤다. 던진 뒤 포수 백업을 하러 움직였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져 있더라. 많이 아쉬웠다. 7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내려왔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에 더 잘던진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힘이 들어가더라.

-7회 등판은 본인이 요청한건가.

내가 던지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의사를 물으시길래 OK사인을 냈다.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

-첫 선발 뒤 2군에서의 각오를 다진 부분은.

그때는 나 스스로 너무 빨리 올라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개막 직후여서 그랬던 것 같다. 2군에 내려온 뒤 다시 재정비를 했는데, 2군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고 로테이션도 꾸준히 돌았다. 이번에는 콜업 전 2군에서

-첫 선발 등판 뒤 주변의 시선이 좋진 않았는데.

1군 마운드에서 안던진 기간이 오래됐다.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됐다. 첫 등판도 결과가 좋았다면 좋겠지만, 안좋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출근 전 허문회 감독과 면담을 했다고 하던데.

감독님이 '이제 계속 1군에서 있으면서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어제 길게 던져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하시더라. 감사한 부분이다.

-SNS를 보니 어제 경기 후 송승준과 식사를 한 것 같던데.

송승준 선배가 '저연봉 선수끼리 밥 한번 먹자' 이야기 하시더라(웃음). 워낙 오랜만에 원정에 왔다. 승준이형과는 어릴 적 대표팀도 함께 가고 인연이 깊다. 같은 팀에서 뛸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됐다. 어제 먼저 연락을 해주시더라.

-적응에 가장 도움을 준 이는.

사실 나이가 있다보니 적응에 큰 무리는 없다. 내게 스스로 알아서 몸을 잘 만들라고 맡겨주시는 부분이 있다. 큰 불편함은 못 느끼는 것 같다.

-선수단 분위기는.

2군에 오래있다보니 잘 모르겠지만, (1군은) 많이 자율적인 것 같다. 나는 옛날 사람이다보니 생소한 면이 있는데 많이 자율적인 것 같다. 감독님도 선수들과 거리감 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좋은 분위기를 느꼈다.

-화려한 커리어를 보낸만큼 지금의 위치를 인정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계속 부진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되더라. 방출 뒤 테스트도 받았지만, 야구를 오래 하고 싶었다. 이렇게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구창모가 롤모델로 언급을 하더라.

핫한 투수가 내 이름을 언급해주니 고맙다. 어릴 적 내가 던지는 부분이 참고가 되고, 롤모델이 된다는 것은 아직 현역이지만 너무 뿌듯하다. (구창모는) 스타일이 나랑은 많이 다르던데,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주변 선수들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좋더라. 내 그 시절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나는 7연승을 한 적이 없다. 대단하다.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본인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라도 1군에서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작년에 LG에서 1군에 정착하지 못하고 3패만 하고 나왔다. 올 시즌 결과가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무관중 경기가 생소하진 않았나.

아직도 시범경기를 하는 부분이다. 관중 함성을 들으면서 텐션을 느끼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보니 생소한 감이 없지 않다. 빨리 관중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특히 롯데 팬들은 열성적이지 않나(웃음).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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