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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배달 시작"…'리그 중단→생계 위협' 마이너리거의 고민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3-15 12:29 | 최종수정 2020-03-15 12:50


사진=피터 베이어 SNS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오늘부터 배달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3시간 만에 62달러(약 7만5500원)를 벌었다. 나쁘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리그 일정이 중단되면서 연봉 지급도 끊겼다.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은 당분간 휴식과 개인훈련을 병행하며 리그 개막을 기다릴 예정이지만, 마이너리거들은 당장 생계가 곤란해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마이너리거 피터 베이어(26·Peter Bayer)는 배달을 시작했다'며 리그 중단에 대처하는 마이너리거의 사연을 전했다.

베이어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의 하이 싱글A 팀 스탁턴 포츠 소속의 투수다. 2016년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9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그 산하의 칼 폴리 포모나에 입단하며 루키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2018년 오클랜드 산하의 싱글A 팀인 지금의 팀에 몸담게 됐다. 올시즌 베이어의 목표는 더블A 승격이었다.

스프링캠프는 교통비부터 클럽하우스 이용료까지, 전액 자비로 참여해야한다. 여기에 MLB 사무국의 리그 일정 중단 선언이 이어지며 향후 수입원도 기약없이 끊겼다. 결국 베이어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오늘밤부터 배달 운전을 (다시)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다.

베이어는 오프시즌 집 근처 야구 연습장에서 일하고 받은 돈에 야구선수로서의 급여를 더해 1년을 버틴다. 소속팀의 급여는 4월부터 8월까지 받는다. 2019년 월급은 평균 1500달러(약 182만원)를 받았고, 세금을 제외한 순수 연봉은 6200달러(약 755만원)다. 시즌 중 매달 클럽하우스 이용료(200달러)와 집 임대료, 음식, 학자금 융자 상환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특히 베이어는 코로나19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벌어야하는 입장이다. 그는 오클랜드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2월부터 배달 대행을 시작했다. 그가 등판하지 않는 날만 골라 일주일에 3~4일 배달에 나섰다. 그는 "우버 택시는 코로나19에 너무 노출될 것 같아 배달을 선택했다"면서 "오클랜드의 훈련 장소가 (대도시인)애리조나 피닉스라서 다행이다. 탬파베이가 훈련 중인 플로리다 포트샬롯에는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음식 배달 주문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베이어는 빅리그 출격을 꿈꾸는 직업 야구선수다. 그는 차 안에 비치된 손소독제로 수시로 손을 소독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문앞에서 음식을 건네주는 등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MLB 사무국이 리그 중단을 결정하면서, 베이어는 시즌 개막 준비를 위해 그만뒀던 배달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매체는 '코로나19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리그 중단 결정이 베이어 같은 마이너리거에겐 코로나19와 더 많이 접촉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베이어는 "사무국이 우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도와주면 좋겠다. 난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 외엔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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