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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캠프인터뷰]김현수의 생각 "고액 연봉자, 야구만 잘해서는 안된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2-12 15:00


김현수. 사진제공=LG 트윈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LG 트윈스 구단 관계자는 그를 두고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했다.

만화 캐릭터를 닮아 신인때 별명이 '맹구'였지만, 결코 '맹'하지 않은 LG 주장 김현수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연차가 쌓이고, 유명해지고, 연봉을 많이 받게 되면서 그 책임감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식사가 끝나면 김현수는 일부러 어린 투수들이 모여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 한참 이야기꽃을 피운다. 먼저 선배들에게 다가오기 힘든 저연차 후배들, 그중에서도 파트가 달라 자주 만나지 못하는 투수들에게 먼저 경계심을 허물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최근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불편 사항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어느새 LG 이적 후 3번째 맞이하는 시즌. 올해 그가 바라는 시즌 엔딩은 "마지막 경기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내 모습"이다.

호주 블랙타운에 차려진 스프링캠프에서 김현수와 만났다.

-주장으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선수들은 팀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좋다고 이야기 하던데.

내가 대단한 역할을 하는 건 없다. 작년에 워낙 잔소리를 많이 해서 그런지 올해는 다들 알아서 잘 움직인다.(웃음) 선수들이 본인들 나이 먹은 것은 생각 못하고, 편해진 거라 느끼는 것 같다. 연차와 커리어가 쌓여서 편해진 거다. (옆에 지나가던 정우영에게)너는 안편하지?(웃음) 팀 분위기는 당연히 좋다.

-LG에서 주장,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다.

주장은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다. 앞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내가 하지 않는 행동을 바라고, 시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내가 먼저 보여줘야 맞다. 그러다 보니 힘든 게 생기는 것 같다. 또 선수들을 대표해야 하니 불편 사항을 이야기 하게 된다. 양쪽의 중간 지점이 돼야 하는데, 어느 순간 불편한 것만 이야기하고 있더라. 상대쪽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으니 요즘은 그걸 신경쓰고 있다.

-LG에 입단할때, "개인 성적만으로 연봉을 다 채울 수는 없다"고 했었다. 궂은 일을 자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야구만 엄청 잘한다고 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고를 치면 안된다. 그건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물론 연봉을 적게 받는 선수는 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엄격하게 행동하는 편이다. 특히 밖에서는 엄격하게, 모두에게 피해가 안가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밖에서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동료들을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개인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작년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었나.

다 아쉬웠는데, 특히 수비가 아쉬웠다. 1루수를 많이 해서가 아니다. 외야에 나가서도 뭔가 잘 안됐다. 2018년에 처음으로 다리를 다쳐서 오래 쉬어봤는데, 재활을 열심히 한다고 했어도 기능들이 확실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재활을 처음해보니까 쉬고, 운동하고 돌아오면 좋아져있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몸은 더 좋아졌어도 순발력이나 모든 기능들이 내 생갭다 떨어져있더라. 예전엔 한발 더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움직여지더라. 이래서 부상 당했던 사람들이 돌아왔을때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수비가 정말 답답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고.

순발력 위주 운동을 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정말 중요한 부분, 부위에 필요한 보충을 하는 수준으로 하고 있다. 나머지는 전부 순발력을 키우는 훈련이 위주다. 런닝도 많이 하고 있다.


김현수. 사진제공=LG 트윈스
-작년 포스트시즌 결과도 아쉬웠다. 팀이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자꾸 내게 가을에 약하다고 하니까 정말 약한 사람이 됐다. 사실 약하다기 보다는 임팩트가 크기는 하다.

-이제 가을의 부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나.

개의치 않을 수는 없다. 늘 생각은 하고 있다. 근데 안좋은 방향은 아니고, 예전에 이런 성적이 났으니 앞으로 그때보다는 더 잘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을 한다. 무너질 정도의 연차는 아니다. 내가 유독 가을에 잘했을 때는 티도 안나게 잘하고, 못했을 때는 임팩트 있게 못해서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다. 앞으로는 임팩트 있게 잘해보겠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 화두였던 공인구 변화가 김현수에게도 영향을 미쳤을까.

없진 않다. 없진 않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응하는 시간 없이 바로 쳤으니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적응을 했으니 올해는 선수들이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더 많이 가지고 나올 것이다. 바꿨으니 적응하는 게 맞다.

-외부에서는 LG가 올해야말로 승부수를 걸어야하는 시기로 본다.

사실 승부수는 작년에도 띄웠던 것 같고, 매년 띄워야 하는데.(웃음) LG라는 팀이 늘 상위권에 있었던 팀은 아니지 않나. 작년에는 잘했지만, 재작년 성적은 안좋았다. 늘 꾸준한 성적을 내는 팀이 강팀이라 생각한다. 작년보다 한단계 위로 올라가든, 두단계 위로 올라가든 선수들이 스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작년에 가을야구를 했는데 올해 또 못나가면? 선수들이 전부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늘 꾸준한 게 가장 좋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어떤 모습으로 마치고 싶나.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기쁨의 눈물은 잘 안나오더라. 비염으로 평소에 많이 울어서 눈물샘이 말랐나보다.(웃음) 아마 내가 환하게 웃고 있으면, 다른 선수들이나 프런트 직원분들도 모두 환하게 웃고계시지 않을까?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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