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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캠프스토리]"1루수 김현수? 나는 싫다" 류중일 감독, 페게로 포기한 이유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2-11 08:09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LG 트윈스

라모스. 사진제공=LG 트윈스

[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김)현수가 말은 안해도 수비 부담 때문에 방망이를 잘 못돌리더라. 안쓰러워서 붙박이 1루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LG 트윈스는 올 시즌 외국인 타자를 결정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후보를 추리고 있다", "최종 후보를 결정했다"면서 "류중일 감독의 선택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새해가 되도록 영입을 확정짓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카를로스 페게로 때문이다. 페게로는 지난 시즌 토미 조셉을 방출한 후 LG가 데려 온 외국인 타자다. 처음에는 주춤하는듯 싶었다. 기대를 걸었던 장타가 잘 터지지 않았다. 그러다 조금씩 공을 맞춰나가는 빈도가 늘어나자 장타도 터졌다. 7월 16일 SK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페게로는 8월 11일 SK전에서 첫 홈런을 친 후 이틀 연속 대포를 가동했다. 그리고 정규 시즌 마지막달인 9월에만 홈런 6개를 몰아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도 10타수 4안타 2홈런으로 잘쳤다.

시즌이 끝나고 LG는 페게로와 새 외국인 타자 영입을 두고 고민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렀다. 페게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차명석 단장님과 이야기를 할때 페게로가 아깝다는 의견을 주고 받았다. 후반기에 잘쳤기 때문"이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문제는 페게로의 수비 포지션이었다. 페게로의 원래 주 포지션은 외야다. 하지만 LG는 1루수 외국인 타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본에서 뛸때 1루를 소화했기 때문에 LG는 여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막상 데리고 와서 기용했을때 전문 1루수로 쓰기에는 수비 실력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페게로의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명타자 혹은 외야수로 써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외야와 1루 모두 가능한 김현수의 용도 그리고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박용택, 이형종의 활용도가 떨어졌다.

류중일 감독은 "그냥 김현수를 1루로 쓰고, 페게로를 좌익수로 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1루수 김현수 나는 싫다. 작년에도 현수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수비 부담 때문인지 방망이를 잘 못돌리더라. 그런 부담을 주고싶지 않았다. 김현수는 외야수를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페게로를 쓰려다 두자리가 다 구멍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가끔씩 현수가 1루를 보는 것은 괜찮아도 붙박이는 싫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LG는 '외야수 김현수'를 확정지은 후 본격적인 외국인 타자 계약에 착수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원하는 선수는 이적료가 너무 많거나, 상대 구단이 내놓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선수 본인이 한국행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로베르토 라모스와 접촉이 닿았다.

캠프에서 열흘 가까이 라모스를 지켜본 류중일 감독은 "젊고 열심히 한다.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려고 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비가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직접 보니 핸들링도 좋고 수비 기본기가 좋다"면서 "라모스가 잘해줘야 한다. 스윙 궤적이 일단 좋고 기본 실력은 있는 친구니 잘 적응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를 걸었다.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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