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캠프인터뷰]LG 김지용 "수술한 이유? 혹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2-09 07:40


김지용. 스포츠조선DB

[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언젠가 터질 것이 터졌다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수술하게 돼서 잘됐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제는 안아파서 정말 살 것 같아요"

2018년 7월 28일 수원 KT 위즈전이었다. LG가 10-7로 여유있게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고, 1점차로 쫓기게 됐다. LG는 피홈런 이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지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KT 5번타자 박경수를 상대한 김지용은 초구 볼, 2구 파울, 3구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공 3개를 던진 김지용이 타자와의 승부를 다 마치지 못하고 사인을 보냈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생긴 것이다.

갑작스러운 강판. 그 이후 김지용이 마운드에 등판하지 못한지 1년이 훌쩍 넘었다. 그해 9월 20일 일본에서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재건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김지용은 1년이 넘게 재활에만 매달렸다. 야구 인생 두번째 팔꿈치 수술이었다. 다행히 경과가 좋다. 김지용은 현재 호주 블랙타운에서 진행 중인 LG의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정찬헌 이정용 등 재활조 동료들과 함께 먼저 도착했지만, 이제는 90% 이상의 힘으로 투구도 가능하다. 잠시 잊고있었던 마운드가 보인다.

-처음 팔꿈치 통증을 느꼈던 게 언제부터였나.

통증은 17년도부터 계속 가지고 있었다. 조금씩. 그러다 2018년에 갑자기 심해졌다. 원래는 신호가 약했는데, 갑작기 한번에 크게 왔다. 수술을 하게 됐을때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래도 계속 통증을 안고있다보니 차라리 끊어져서 수술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재정비를 하고싶었다.

-1군에서 자리 잡은 후 잘하고있는 상황이었는데 욕심을 내진 않았나.

부상을 계속 가지고있다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그것 때문에 결과가 안좋게 나올 때도 있었고, 언젠가 탈이 날 것 같았다. 관리를 잘해주셨는데도, '아 이거 언젠가는 탈나겠다'는 생각이 늘 따라다녔다. 어차피 2018시즌이 끝나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려고 했었는데, 팔꿈치 상태가 더 악화돼서 한꺼번에 하게 됐다.

-두번째 팔꿈치 수술이었는데 재활 과정은 어땠나.


대학교때 첫 수술을 했다. 그때는 경기에 나가기까지 10개월밖에 안걸렸다. 멋도 모르고 체계도 안잡힌 상태로 회복하고 재활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후유증이 굉장히 심했다. 다른데도 아프고. 이번에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예상 재활 기간으로 1년 6개월을 예상하시더라. 2번째 수술이니까 확실하게 하자고 하셨다. 개인적으로는 1년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쉽게는 안되더라.(웃음) 3개월 쉬고, 3개월 초기 재활을 거쳐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공을 만지기 시작했다.

-각오는 했어도 재활 과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현재 몸 상태는 정확히 어떤가.

막상 해보니까 안아픈건 아니더라. 재활 과정 중에 한번씩 통증이 오기도 했다. 근데 지금은 아프지 않아서 살 것 같다. 가끔씩 병원에서 체크도 하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하더라. 지금은 90% 이상으로 공을 던진다. 다 됐다고 봐야한다. 지금 몸 상태로라면 곧 실전에 투입돼도 문제가 없다. 재활조로 일찍 호주에 건너와서 나에게 맞는 트레이닝을 하다보니 컨디션 조절하기도 편하고 관리도 잘된다. 지금도 던지려면 던질 수 있다. 조절하고 있을 뿐이다.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연습경기 등판 일정도 다 잡혀있고, 라이브 피칭까지 확정돼 있어서 시즌 들어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수술하기 전에 너무 잦은 등판이 부상을 키웠다는 혹사 의혹도 있었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한다. 나보다 더 많이 던지는 선수들도 많고, 더 자주 나가는 선수들도 많다. 개개인마다 그릇과 역량 차이가 있는데, 나는 딱 이정도밖에 몸이 안되는 것 같다. 남들은 2~3번 더 나갈 수 있는데 체구가 작다보니 한계점이 더 낮은 것이다. 나를 자주 내보내주는 자체로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다. 부상과 연관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관리도 항상 잘해왔고, 그런 이유로 수술해서 원망한 적은 한번도 없고 오히려 감사하다. 그 덕분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전혀 그런 생각 안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재활 기간 내내 걱정이 많았을텐데.

부모님은 지금도 전화하면 팔부터 물어보신다. "괜찮냐, 안아프냐" 한편으론 그게 스트레스긴 하다(웃음). 괜찮다고 늘 이야기 하는데. 하지만 나도 아이가 생기고 부모된 마음으로 보니 이해가 간다. 구단에서 그동안 신경을 정말 많이 써주셨다. 이제는 내가 구단에 성적으로 베풀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잘하면 팀 성적도 올라갈거라 생각하고 싶다.

-쉬는 동안 팀 야구를 얼마나 봤나.

보다 안보다 했다. 야구를 너무 하고싶으니까 초반에는 일부러 안봤다. 보고있으면 나는 공도 못던지고 있는데 너무 답답했다. 야구를 보면 자꾸 마음이 급해지더라. 그래서 안봤다. 그러다 막상 안보니까 할 게 너무 없고(웃음) 나도 모르게 계속 보고 있었다. 1년 사이에 우리 팀이 많이 변해있더라. 캠프에 와서도 분위기가 굉장히 더 밝아진 것 같아서 좋았다. 원래도 분위기는 좋았지만, 이정도까진 아니었다.(웃음)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자율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자리 잡혀있더라.

-전체적으로 LG가 젊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재활하는 사이 고우석, 정우영 등 젊은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다.

그게 큰 것 같다. 이제 내 위 선배가 몇명 없더라. 후배들은 확실히 잘한다. 그만큼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해줘야 LG가 오래 성적이 날 수 있을 것 같다.

-LG가 올해 잘하기 위해 김지용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일단 풀타임 1군이다. 빠지지 않아야 톱니바퀴가 잘 굴러가니까. 아프지 않고 잘 버티고 싶다. 그게 우선이다.

-요즘은 워낙 체격이 좋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체구가 작지 않지만 프로에서 도전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프로에 올 정도면 자신만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남들을 따라하려고 하지 말고, 그것을 극대화하고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거라 믿는다. 나도 늦게 빛을 본 케이스다. 얼마전 티비를 봤는데 유재석씨가 무명 생활이 길었던 후배 장도연, 양세형씨에게 몇년차냐고 묻고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 지금 2군에 있는 친구들에게 버티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니까, 준비된 선수가 돼서 그 기회를 잡으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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