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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첫 여성 스카우트 탄생…드라마 '스토브리그'로 본 국내 현실은?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1-08 06:00


드라마 '스토브리그' 장면. 사진 SBS

이누이 에미. 닛칸스포츠 보도 화면 캡쳐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일본프로야구에 사상 첫 여성 스카우트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누이 에미(36)다. 오릭스 버팔로스는 지난해 12월 아마추어 선수 발굴을 담당하는 스카우트로 이누이를 임명했고, 새해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여성 스카우트다.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프로야구 현장에 발을 디딘 여성은 이누이 뿐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MLB)에서는 2명의 여성 정규직 코치가 탄생했다. 뉴욕 양키스가 소프트볼 선수 출신인 레이첼 볼코벡을 루키리그 타격코치로 임명했고, 시카고 컵스도 레이첼 폴든에게 마이너리그 타격코치를 맡겼다.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현장 코치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야구 소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주연인 이세영 팀장(박은빈 분)이 국내 최초 여성 운영팀장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 KBO리그에 여성 운영팀장은 없다. 여성 스카우트나 여성 코치도 마찬가지다. 코치는 거의 100% 선수 출신이 맡기 때문에 여성 코치가 탄생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고, 현장을 누벼야 하는 운영팀이나 스카우트팀 업무도 현재 시스템상 여성이 맡기는 쉽지 않다. 실제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운영, 스카우트 파트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국내 야구단 여성 직원들은 홍보파트, 재무파트, 마케팅 파트 등 현장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 집중돼 있다.

미래 변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KBO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홍보팀장이 탄생했고, 소프트볼이나 야구를 즐기는 여성 인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향후 길이 열릴 수 있다.

일본에서 '금녀의 벽'을 깬 이누이는 소프트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일본 대표팀으로 활약하면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동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주역 중 한명이었다. 내야수와 포수로 뛰었고, 실업팀에서 주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증명하기도 했다.

오릭스와 이누이의 인연은 선수 은퇴 직후부터 시작됐다. 2009년 은퇴 후 2010년부터 오릭스가 이누이에게 구단 유소년 야구교실 코치직을 제안했고, 어린 선수를 가르치다 본격적인 프런트의 길로 들어섰다. 오릭스 구단은 10년 이상 지켜본 이누이의 책임감과 좋은 선수를 선발하는 관점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스카우트 업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6일 구단 신년식에 참석한 이누이는 "처음에는 내가 (스카우트를)할 수 있을까? 생각도 있었지만, 결정된만큼 최선을 다해 확실히 하고 싶다.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프로야구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점점 늘어나는 데는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여성 소프트볼, 야구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닦여있다. 초중고 클럽과 아마추어를 거쳐 실업 리그나 독립리그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뛸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여성 스카우트, 코치들도 대부분 소프트볼, 야구 선수 출신이다. 한국의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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