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현장인터뷰]20년 유니폼 벗은 이진영 "국민우익수,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07-28 18:22


20년 유니폼을 벗은 이진영. 사진제공=KT 위즈

[수원=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KT 위즈 구단이 이진영(39)의 은퇴식을 거행하기로 한 28일 수원구장. 오후 4시부터 은퇴식 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날 수원에는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경기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 은퇴식도 취소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오후 4시를 전후해 빗줄기가 잦아들더니 은퇴식하기 딱 좋은 날씨가 이진영과 팬들을 맞았다.

은퇴 기자회견장에 특유의 밝은 미소를 머금고 나타난 이진영은 "기상청 예보를 보면서 왔는데, 구단에서 은퇴식을 성대하게 마련해 주신 만큼 감사드리고 준비한대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진행중인 그 시각, 비는 완전히 그쳤고 그라운드 정비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진영의 은사인 나창고 전 군산상고 감독을 비롯해 강병철, 조범현 전 감독도 참석해 의미가 더해졌다. LG 시절 한솥밥을 먹은 박용택의 축하 메시지도 전해졌다.

이진영은 올초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지난 6월 구단 스카우트들과 귀국해 KBO리그를 살펴보던 중, KT 구단으로부터 은퇴식을 열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진영은 7년 몸담은 LG와의 경기에 맞췄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고 한다.

평생 영예롭게 기억될 '국민 우익수'의 고별 무대. 이날 수원구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7천여명의 팬들이 입장했다.

다음은 경기전 진행된 이진영과의 일문일답.

-날씨 때문에 은퇴식이 안 열릴 수도 있었다.

날씨가 안좋아 게임을 안할 수도 있지만, 축하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오면서 기상청 예보를 봤다. KT 구단이 성대하게 마련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준비한 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팬사인회에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KT구단은 200명으로 발표)


선수로서 마지막 팬사인회라서 그런지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다. 뭉클한 마음이 들었고 우시는 팬들도 계셨다. 선수로서는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지만, (연수 마치고)돌아올 것이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마음 속으로 약속을 했는데 즐겁게 (선수생활을)했다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어떤 것들이 기억나는가.

20년 동안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표팀에서 뛰는 영광도 있었고, SK 시절 우승의 순간들도 있었다. LG 시절 포스트시즌 갔던 부분들, KT에서는 후배들에게 도움되는 선배가 되고자 했던 마음들, 모두 뜻깊은 시간이었다. 많은 일들을 했구나 하는 자부심도 생긴다.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었는데.

어젯밤에 많은 생각에 잠을 설쳤다. 막상 유니폼을 입고 나오니 너무 기분 좋다. 좋은 추억과 기억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은퇴를 결정했을 때 심정은 어땠나.

나에 대한 많은 추측들, 오해들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다. 20년을 하면서 꿈꿔왔던 것들, 개인적으로 좋은 기록을 내고 팀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선배님들의 양보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게임에 나갈 수 있었고 지금까지 왔다. 서른살을 넘어서는 후배들에게 양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시절을 보냈고 지금 후회는 없다.

-지금 생활은 선수 시절과 어떻게 다른가.

정해진 스케줄대로 살다가 지금은 자유를 느끼는 것 같다. 첫째 가정에 충실하고 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서의 자리가 있기에 그게 제일 바쁘다. 아이들 픽업하고, 가정일 하고 그런다. 연수 생활에서는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먼저 은퇴한 선수들이 선후배들도 만나봤을텐데.

식사도 같이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 먼저 은퇴하신 (이)병규형이 후회, 어려움에 관한 얘기를 해주셨다. (박)용택이형도 힘든 시기에 좋은 얘기를 해줬고 편하게 해주셨다. 지금 막 힘들거나 그런 것은 없다. (은퇴 결정후)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그런 시간은 없었다. 성격이 그래서인지 좋았던 것만 생각하고 안좋았던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웃음)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하나.

딱히 내세울 성적이라면 2000경기, 2000안타일 것 같다. 꼭 하고 싶었던 기록이다. 20년 동안 하면서 거기에 근접했다. 군산 시골 출신이 성장해서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을 남기고 싶었다. 사실 그것보다는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 결정적일 때, 찬스에서 강했던, 좋은 흐름에서 뭔가를 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

-연수를 마치면 지도자가 될텐데.

당연히 모든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선수들을 도와주는 그런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는 코치님들이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 그냥 가르치는 코치보다 도와주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많은 감독들을 만났다. 누가 가장 기억에 남나.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김성근 감독님. 정말 훈련을 많이 시켜주셨다. 덕분에 강인한 체력을 갖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SK에서는 강병철 감독님이 어린 저에게 좋은 기회를 많이 주셨다. 물론 선배님들 양보도 있었다. 조범현 감독님도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안 고마운 감독님은 없는 것 같다.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다면.

당연히 '국민 우익수'다. 그 별명을 가장 많이 들었다. LG에서는 '2땅 선생'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그것도 감사하다. 관심있게 지켜봐 주신 것 아닌가. 어떤 별명이든 그때는 기분 나쁘기도 했지만, 다 관심이고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라쿠텐에서 연수 중인데 느낀 점이 있다면.

일본은 한국 야구와 많이 다르다. 훈련 때 고유의 방식이 있다. 2군 선수들의 훈련량이 많은데 힘들어 하는 그런게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하는 훈련이 많다. 한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육성 기조가 있다.

-올해 프리미어12에서 일본과 맞붙을텐데 대표팀 전력분석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일본전은 실력 이외의 것들이 있다. 또다른 힘이 있는데 그게 무슨 힘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게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1등이 돼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수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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