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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 삼성 좌완 백정현(32)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들쑥날쑥 했던 제구였다. 볼넷을 5개나 허용했다.
"초반에 괜찮다가 타자가 점수 뽑아준 이후 힘이 들어갔어요. 힘 쓰려다 보니 밸런스 안 맞았던 거 같아요."
첫 승 다음 경기였던 12일 대구 롯데전. 볼넷을 안 주려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공이 몰렸다. 한껏 달아오른 롯데 타선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2이닝 만에 4피안타를 허용한 뒤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절치부심의 시간. 밥을 먹다 속이 쓰리고 식은 땀이 날 만큼 스트레스가 심했다.
시즌 처음으로 찾아온 위기, 자칫 선발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 백정현은 조용히 강한 외유내강의 선수였다. 반성했고, 연구했고, 노력했다. "제구 준비 잘해서 더 나은 경기하도록 열심히 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18일 수원 KT전. 백정현은 이전 2경기와 달랐다. 눈부신 호투로 상대 에이스 알칸타라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100개를 던지며 7이닝을 소화했다. 2실점(1자책)으로 시즌 두번째 QS+ 경기를 완성했다. 26타자을 상대로 허용한 피안타는 단 4개. 4사구는 없었다.
2실점(1자책) 모두 안 줄 수 있었던 점수였다. 2회 실점은 선두 유한준을 내야실책으로 출루시킨 탓이었다. 5회 실점도 아쉬웠다. 2사 1루에서 김민혁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중계플레이가 매끄러웠다면 홈에서 태그아웃 시킬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날 백정현의 공은 효율적이었다. 절묘한 제구력과 완급조절로 범타를 유도했다. 제구된 공이 좌우 코너에 걸쳤다. 좌타자에게 슬라이더, 우타자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효과적이었다. 가끔 섞어 던진 느린 커브도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코너워크에 타이밍 싸움에서도 우위에 점하자 KT 타자들의 배트가 따라나왔다. 투구수 100개 만에 7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공-수에 걸친 아쉬움 속에 비록 시즌 5패째(1승)를 떠안아야 했지만 수확이 많았던 경기였다. 그동안 깊었던 고민 끝 찾아낸 해법인 만큼 승승장구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프로 13년 차, 출발은 조금 더뎠지만 여름 체력적 고비를 잘 넘겨 최고의 시즌을 향해 거침 없이 달릴 참이다. 커리어 하이, 그럴 때가 됐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백정현이 돌아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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