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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밀어서 슬럼프 해제 이학주, "나는 원래 밀어치던 타자"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4-11 11:34


10일 잠실 LG전을 마친 뒤 흙 뭍은 유니폼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학주.

낯 선 환경에의 적응.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 유턴파 이학주(29). 동갑내기 친구 김상수는 벌써 프로 11년 차 베테랑이지만 그는 이제 막 리그에 입문한 신인이다. 모든 구장, 모든 투수가 새롭다. 분석에 있어서도 1대 다수의 싸움, 어려움이 없을 수가 없다. 감독, 코치, 동료들 모두 한 마음으로 적응을 돕는다. 본인의 의지도 강하다. 긴 호흡으로 연착륙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그에게 현재는 도전이다. 공-수에서 시행착오도 많다.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수비만큼 깊었던 타격 고민.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해법은 밀어치기다.

이학주는 의욕이 넘치는 선수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꼭 성공해 국내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새로 입증하고 싶어 한다. 수비는 기본. 타격 욕심도 컸다. 이학주는 캠프 동안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 타선에 필요한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하기 위해 '당겨치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단기간 갑작스러운 변화는 무리였다. 시즌 초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에 약점을 노출했다. 한번 빈틈을 보이자 집요한 공략이 이어졌다. 무안타 행진이 길어졌다. 선발 제외 수모도 겪었다.

절치부심 속에 찾은 해법은 밀어치기였다. 코칭스태프의 조언 속에 이학주는 자세를 조금 낮추고 결대로 밀어치는 데 집중했다. 돌아온 인천경기. 효과가 있었다. 6,7일 주말 인천 SK전에서 2경기 연속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그리고 10일 잠실 LG전. 3-5로 추격을 시작한 7회 2사 1,2루. 이학주는 LG 좌완 진해수의 2구째 124㎞짜리 커브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중간을 갈랐다. 5-5 동점을 만드는 3루타. 폭풍질주로 3루에 안착한 이학주는 격하게 환호하며 기쁨을 표했다. 3경기 연속 장타이자 팀을 6대5 대역전승으로 이끈 한방.

"방망이가 좋은 편 아니고 좋은 슬라이더 가지고 있어서 또 던지지 않을까 싶어 짧게 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정확히 맞았어요."


2019 KBO 리그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0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이학주가 7회초 2사 1,2루에서 동점 2타점 3루타를 치고 3루에서 포효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4.10/
밀어치기를 통해 이학주는 타격감을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다. 사실 이학주에게 밀어치기는 낯 선 도전이 아닌 익숙함으로의 회귀다.


"타석에서 공이 길게 보이고요. 급한 면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원래 미국에서 밀어치는 타자였거든요. 타구 질이 좋은 만큼 계속 밀어치는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짧게 밀어치기. 상대 투수의 변화구 승부가 많은 이학주에게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현명한 자가 처방이다. 기본적인 배팅 파워가 있어 10일 경기처럼 정확하게 맞히면 장타가 될 확률이 높다.

초반 실책이 많았던 수비도 갈수록 안정돼 가고 있다. 몸에 밴 화려한 조급증을 버리고 조금씩 담백해져가는 중이다.

"아직 사실 안정적이지 않은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의욕이 앞서 급하게 하다보니 실수가 많았습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낯 선 환경 속 좌충우돌 적응기. 하지만 질책 속에서도 현장에서 목청껏 이름을 불러주는 팬들이 있어 신바람이 난다.

"야구장 처음와서 저도 모르게 힘이 날때가 있어요. 미국에 있을 때는 주말에만 관중이 많았는데 여기는 어디를 가나 삼성팬 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니까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그 응원 소리가 좋은 에너지가 됩니다. 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요. 조금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팀 내 모두가 이학주의 연착륙을 돕고 있다. 여기에 라이온즈 팬들의 격려와 응원이 모아지면 '명품 유격수' 탄생의 강력한 기운이 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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