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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발 데뷔전을 치른 열아홉의 소년은 '괴물' 다웠다. KIA 김기훈(19)이 꿈에 그리던 프로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날 결전을 앞둔 김기훈은 경기시작 3시간 30분 전 불펜장을 지키지 않고 타격 훈련 도우미를 자처했다. 김기훈은 최형우의 토스 배팅을 도운 뒤 지난 2경기에서 8타점을 생산해낸 포수 김민식과 한승택에게도 공을 토스하며 타격 훈련을 도왔다. 이날 배터리 호흡을 맞춰야 할 김민식은 김기훈에게 "선발인데 왜 나와 있냐. 어서 들어가서 준비하라"고 얘기했지만 김기훈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김기훈은 타자들의 토스 배팅을 도운 것에 대해 "고등학교 때도 계속해왔다"며 "여러 선배들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기훈이에게 마음 편하게 던지라고 해줬다.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80개 이상은 던지게 할 예정이다. 4~5점까진 괜찮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최형우의 스리런 홈런으로 타선의 도움까지 받은 2회에는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했다. 4번 호잉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5번 김태균을 상대로 정규시즌 첫 탈삼진을 기록했다. 3구째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지만 김태균은 루킹 삼진을 당했다. 김기훈은 상승세를 살려 6번 이성열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3회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최재훈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데 이어 하주석을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정은원은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나지완의 솔로포로 어깨가 더 가벼워진 김기훈은 4회 첫 안타를 허용했다. 선두 정근우에게 3루 강습타구를 맞았다. 3루수 최원준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잡지 못하고 2루타를 시도했다. 후속 김민하 타석 때는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다. 김기훈이 퀵 모션을 취했는데 주심이 타임을 걸었다. 그러나 투구 동작을 멈추지 못한 공이 가만히 서 있던 김민하의 엉덩이를 맞춰 다소 멋쩍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김기훈은 김민하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 첫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후 두 번째 실점은 사실상 범실로 인해 내줬다. 1사 주자 3루 상황에서 호잉의 평범한 플라이를 잡은 이명기가 홈 송구를 빠르게 하지 못해 3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김태균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리는 듯했지만 김기훈은 당찼다. 곧바로 이성열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5회에는 최재훈과 하주석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정은원에게 중전안타를 맞긴 했지만 2루로 뛰던 정은원을 잡아내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4-2, 2점차로 리드한 상태에서 6회부터 고영창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인 김기훈은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타자를 상대했다. 무엇보다 관건이었던 제구도 안정된 모습이었다. 특히 바깥쪽 꽉 차게 들어가는 직구 제구가 좋았다. 직구가 통하자 변화구에도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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