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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진단②] FA 제도적 한계, 용병 쿼터 조정으로 극복할 수 있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1-07 07:27


[FA진단②] FA 제도적 한계, 외국인 쿼터 조정이 대안일까


FA최대어로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적한 양의지. 올시즌 FA 부익부 빈익빈의 대명사다. 대부분의 준척급 FA는 이적 기회가 막혀 소속팀과 기약없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경민 기자
총체적 난국이다.

야구 하는 학생은 점점 줄고 있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그대로다. 오히려 늘었다. 구단도 경기수는 선수 풀에 비해 과잉이다. 기존 자원 순환은 동맥경화 상태다. 효율적 순환이 멈춘지 오래다. FA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거물급 아니면 이제 팀을 옮기기 조차 쉽지 않다. 거물급은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반면, 준척급은 아예 이동 통로가 폐쇄되고 있다. 사인 앤 트레이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은 크게 쓸 데가 없어도 일단 잡아 놓고 본다. 우리 팀 전력 보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팀 전력을 강화시키지 않는 것도 상대적으로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각 팀은 구멍이 뚜렷한데 메꿀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시즌을 맞는다. 우리 팀 약점을 메워줄 만한 주전급 선수가 다른 팀에서 백업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는 아이러니.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을 모두가 뻔히 알면서 방치하고 있다.

답 없는 FA 제도적 한계. 보완책은 없을까. 일부에서는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를 적극적 해법으로 제시한다. 지금보다 용병 쿼터를 대폭 늘려 FA를 대체하자는 발상이다. 당장 쓸 거물급 외국인과 육성형 외국인을 나눠 보유하자는 주장. 거물급 FA와 준척급 FA에 대한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묘안이라고 한다. 실제 용병 시장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선수가 충분하다는 것이 용병 공급 확대론자의 주장이다.


SK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SK 투수 메릴 켈리는 외국인 선수 영입의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김경민 기자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 과연 위기를 맞은 FA제도의 근본적 한계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근본치료를 외면한 일시적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폐결핵으로 미열이 계속되는 환자에게 치료 대신 해열제를 투여해 일시적으로 열을 내리는 조치와 같다. 환자는 당장 나은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원인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터라 결국 재발하고 만다.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결과가 될 뿐이다.

외국인 선수 골라 쓰는 맛에 취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해당 리그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외국인이 대체한 국내 선수 자리 만큼 꿈나무 수는 더 줄어든다. 수요가 줄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드는 악순환 고리를 피할 도리가 없다.

가까운 곳에 타산지석이 있다. 프로 농구다. 왕년의 농구 인기는 대단했다. 국내 스타들이 구름 같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쓰는 맛에 취하면서 농구는 급속도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왕년에 아이돌 급이던 스타 출신 감독들이 현역 최고 토종 스타보다 더 유명한 씁쓸한 현실. 인기회복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한번 빠진 수렁에서 몸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 스피드 강화라는 명분 하에 외국인 선수 신장기준(장신 2m 이내, 단신 1m86 이내)이란 웃지못할 규정까지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KBO 정운찬 총재
야구도 현재 인기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몰락은 한순간이지만, 재건은 한시대가 걸린다. 문제를 분명히 인식했으니 근본치료에 집중해야 할 때다. FA제도가 문제라면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와 구단이 대승적으로 한걸음씩 양보해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KBO의 역할이 중요할 때다.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선수와 구단 간 이해가 상충한다는 이유로 문제가 있고, 앞으로 그 문제가 더 악화될 걸 뻔히 알면서 방치하는 건 KBO 총재의 직무유기다. 총재는 스스로 커미셔너라고 자칭하기 전에 단어의 뜻 그대로 실질적인 중재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치료 타이밍을 놓치면 환자를 살릴 길은 더이상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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