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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 감독과 SK 와이번스는 지난해부터 2년간 '아름다운 비행'을 마쳤다. SK가 12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이기며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힐만 감독은 팀을 떠나기 전에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이후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고 3년을 보냈다. 'No fear(두려워 말라)'라는 대표적인 명언을 남기며 침체되어 있던 롯데에 강력한 투쟁본능을 심어줬다. 미국식의 화끈한 공격야구를 표방한 로이스터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확실히 이전과 달라졌다. 팬들도 큰 사랑을 보냈다. 로이스터 감독은 결국 재임기간(2008~2010) 3년 내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명확한 한계도 있었다. 전형적인 메이저리그 스타일 빅볼을 추구한 로이스터 감독은 세밀한 작전이나 투수 교체 타이밍 등에 대해서는 국내 감독들의 수에 밀렸다. 그 결과 포스트시즌에 오른 3년간 매번 준플레이오프 첫 무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정규리그 3위로 나선 2008 준플레이오프 때는 선동열 감독이 이끌던 정규리그 4위 삼성 라이온즈에 내리 3연패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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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포스트시즌에서의 처참한 실패로 인해 로이스터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한 동안 외국인 감독에 대해서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지난해 SK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떨어졌을 때도 이런 평가는 유효한 듯 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이런 인식을 깨트렸다. 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이겨냈고, 한국시리즈도 따내며 단기전에서도 특유의 리더십이 통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이런 힐만 감독의 성공으로 인해 향후 KBO리그 감독 선임의 풀도 넓혀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감독 풀이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로이스터나 힐만 등 외향적인 성격의 외국인 감독은 선수 뿐만 아니라 팬과의 관계도 좋아 관중 유입에도 크게 일조한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로이스터의 실패 사례를 보고 망설였던 국내 구단들은 이제 힐만의 성공 사례 덕분에 용기를 낼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