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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 72개 류현진, 더 던질 수는 없었을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10-14 09:21


LA 다저스 류현진이 14일(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0-0이던 5회말 밀워키 브루어스 올랜도 아르시아에게 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외야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밀워키(미국 위스콘신주)=AP연합뉴스

감독의 판단은 냉정했다.

0-1로 뒤진 5회말 1사 2,3루.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로 뛰어 올라갔다.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교체를 직감했는지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로버츠 감독은 야수들을 불러 모은 가운데 류현진에게 몇 마디를 전하고는 공을 건네받았다. 투구수는 72개. 더 던질 수는 없었을까.

지난 8월 부상에서 복귀한 뒤 승승장구하던 LA 다저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두 번째 등판서 5회를 넘기지 못했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 선발등판해 4⅓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다저스는 0-3으로 끌려가다 경기 후반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4대3으로 역전승하며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LA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5회말 류현진이 홈런 등 연속 3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리자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가고 있다. 밀워키(미국 위스콘신주)=AP연합뉴스
류현진이 경기 중반까지 대량 실점을 피하고 로버츠 감독이 적절한 시점에 투수를 교체한 것이 승리의 발판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정규시즌을 포함해 지난 5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까지 4경기 연속 6~7이닝을 1실점 이내로 막아낸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특히 류현진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4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가을 들어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의 판단은 달랐다. 류현진이 5회 들어 제구 난조와 구속 감소 등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자 가차없이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류현진은 1~4회, 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1회를 1안타 무실점으로 넘긴 류현진은 2회를 13개의 공을 던져 삼자범퇴로 마쳤다. 3회에는 1사후 투수 웨이드 마일러에게 2루타를 내줬으나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제압했다. 4회에는 1사 1루에서 마이크 무스타커스를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몸쪽으로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금세 안정을 찾았다. 류현진은 4회까지 53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닝당 평균 13개 정도를 던졌으니, 스태미나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5회 들어 제구가 흔들린데다 구속도 감소했다. 선두 에릭 크라츠가 볼카운트 2B1S에서 류현진의 4구째 140㎞ 커터를 받아쳐 중견수 쪽으로 강습타구를 날렸다. 2루수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몸을 던져 잡았으니 망정이지, 안타가 될 수 있는 잘 맞은 타구였다. 결국 류현진은 다음 타자 올랜도 아르시아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아르시아는 초구 142㎞ 한복판 커터를 놓치지 않고 가운데 펜스를 넘겨버렸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서 홈런를 허용한 것은 2014년 세인트루이스와의 리그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맷 카펜터에 이어 두 번째다. 명백한 실투였다.

류현진은 앞선 타석에서 2루타를 날린 투수 마일리가 등장하자 긴장했다. 마일리는 볼카운트 1B2S에서 류현진의 코너워크된 공을 잇달아 파울로 걷어낸 뒤 풀카운트에서 10구째 148㎞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이어 로렌조 케인과의 승부에서도 류현진은 140㎞ 커터를 승부구로 던졌지만, 약간 가운데로 몰리면서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했다. 5회 들어 이날 주무기로 구사한 커터의 구속 감소가 눈에 띄었다. 1~4회 류현진의 커터는 143~148㎞에서 형성됐다.

1사 2,3루의 위기에서 상대는 크리스티안 옐리치, 라이언 브런, 헤수스 아귈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었다. 로버츠 감독의 판단은 간단 명료했다. 구위가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쫓기는 류현진를 바꾸는 것이었다. 이어 등판한 라이언 매드슨은 자동 고의4구로 맞은 만루에서 땅볼로 한 점을 줬을 뿐, 추가 실점을 막고 구원 역할을 100% 해냈다. 다저스는 0-3으로 뒤진 7회초 코디 벨린저의 적시타, 오스틴 반스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만회한 뒤 8회초 저스틴 터너의 좌월 역전 투런홈런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었다.

류현진은 16~18일 다저스티다움에서 열리는 3~5차전에서 어느 한 팀이 스윕을 하지 않는 이상 20일 예정된 6차전 원정경기에 다시 선발등판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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