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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45분 혈투, 끝내기 안타가 가른 롯데-KIA의 명과 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10-09 19:19


◇롯데 한동희(왼쪽)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10-10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터진 문규현의 끝내기 안타 상황에서 홈인하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중요성은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9일 부산 사직구장. 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한 KIA 타이거즈 김기태,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의 말은 약속이나 한 듯 판박이였다.

물러설 곳이 없는 승부였다. 포스트시즌 막차를 타기 위한 경쟁의 정점이었다. 이날 전까지 5위 KIA와 6위 롯데의 승차는 단 1경기. 결과에 따라 명암이 극명히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IA가 원정 승리를 가져가면 연패를 끊고 5강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롯데가 4연승에 성공, KIA를 승차없이 추격하게 되면 말그대로 '끝장승부'가 펼쳐질 판이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최근 잘해줬다. 특별히 다른 말을 하진 않으려 한다"며 "(오늘) 한 경기 결과에 따른 경우의 수, 다른 팀 결과까지 선수들이 모두 계산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들이 (명암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 역시 "코치들이 알아서 승부를 준비하는 만큼, 주장을 불러 '잘하고 있다. 재미있는 경기 하자'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사직구장 관중석은 시즌 8번째 만원관중으로 물들었다.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선 양팀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양팀의 집중력은 타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KIA가 0-3으로 뒤지던 3회초 8점을 뽑아냈지만, 롯데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가다 6회말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 모두 마운드의 구멍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발 투수가 3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불펜 투수들이 불을 끄지 못하는 상황까지 닮았다. 9회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던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치달았다.

'변수'가 승부를 가르는 듯 했다. 9-9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KIA 박준태가 롯데 유격수 문규현의 실책으로 출루한 뒤, 후속타에 힘입어 홈을 밟았다. 그러나 롯데는 10회말 동점을 만든데 이어, 11회말 1사 1, 2루에서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실책으로 팀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문규현이 KIA 구원 투수 문경찬의 3구째를 공략해 좌중간을 갈랐다. 드라마 같은 결자해지였다. 문규현은 경기 후 "앞선 수비에서 실책을 해 부담이 컸다. 나는 수비형 선수라 수비를 잘해야 하는데, 나 때문에 경기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아찔한 순간을 돌아봤다.

롯데 벤치, 관중석 모두 광란의 도가니였다. 문규현의 끝내기 안타 뒤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물을 뿌리며 환호했다. 관중석을 대부분 지킨 팬들 역시 "문규현", "롯데"를 연호하며 기쁨을 표출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만든 승리"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롯데는 66승2무70패로 KIA(68승72패)와 승차 없는 6위가 됐다. 남은 6경기 결과에 따라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뒷심부족으로 승리를 놓친 KIA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끝내기 안타를 내준 문경찬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붉게 상기된 김 감독도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루측 KIA 더그아웃에 자리를 잡은 원정팬들 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4시간45분 동안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드라마의 명암은 극명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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