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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 맛보는 손맛.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경기 시작하자마자 불안한 흐름을 탔다. 1회초 무사 1, 2루 위기를 무득점으로 날렸다. 그리고 1회말 곧바로 상대에 선취점을 줬다. 빨리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상대에 끌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난 영웅이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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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신은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타격과 수비에서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엄청나게 빠른 발로 1군 경기에 나서는 경기가 많은 전문 대주자 선수였다.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는데, KIA에서도 그의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25경기, 올해는 SK전 전까지 38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그쳤다.
아무리 백업 요원이라 하더라도, 프로 유니폼을 13년이나 입었는데 홈런 기록이 아예 없었을까. 진짜 없었다. 통산 437경기 336타수를 소화하며 단 1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한 유재신이었다. 그 선수가 국내 최고 좌완 김광현을 상대로, 팀에 값진 7대3 승리를 선물하는 그랜드슬램을 쳐냈으니 정말 극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공격 뿐 아니었다. 수비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6-2로 앞서던 4회말 KIA는 1사 만루 위기에서 4번 이재원을 상대해야 했다. 이재원이 팻 딘의 공을 제대로 밀어쳤고,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펜스 앞까지 날아갔다. 성큼성큼 뛰며 공을 따라간 유재신은 점프 타이밍을 잘 맞춰 안전하게 공을 잡았다. 절대 쉽지 않은 타구. 만약, 유재신이 이 타구를 놓쳤다면 SK가 2점 내지 3점을 더할 수 있었고 한 순간에 경기 흐름을 가져갈 뻔 했다. 이 수비 하나로 1점만 내주고 아웃카운트를 늘린 KIA는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