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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진짜 프로 첫 홈런? KIA 구한 깜작 스타 유재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0-04 22:01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KIA 유재신.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0.04/

생애 처음 맛보는 손맛.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KIA 타이거즈에게는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이 매우 중요했다. 피말리는 경쟁 속 겨우 지키고 있는 5위 자리. 인천에 오기 전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와 치른 연전에서 연패를 당한 게 너무 뼈아팠다. 6위 삼성이 1경기 차이까지 쫓아왔다. KIA는 이날 경기 전 정회열 수석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키는 초강수를 썼다.

그래서 연패를 끊고, 승차를 벌리는 게 중요한 경기였다. 그런데 선발투수 매치업이 불안했다. KIA는 헥터 노에시에게 하루 더 휴식을 주기 위해 한승혁을 당겨쓰기로 했다. 반면, SK는 직전 경기 LG 트윈스전에서 호투하고 6일을 푹 쉰 김광현이었다. 팀 분위기나, 선발 무게감으로 봤을 때 SK가 유리할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불안한 흐름을 탔다. 1회초 무사 1, 2루 위기를 무득점으로 날렸다. 그리고 1회말 곧바로 상대에 선취점을 줬다. 빨리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상대에 끌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난 영웅이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수였다.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무사 만루 KIA 유재신이 좌중월 만루홈런을 날렸다. 선행주자들과 기쁨을 나누는 유재신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0.04/
KIA를 구한 건 유재신. 유재신은 전날 삼성전에서 우측 햄스트링을 다쳐 엔트리에서 빠진 이명기를 대신해 8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유재신은 0-1로 밀리던 2회초 무사 만루 천금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만약, 유재신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다음 타석 타격이 약한 포수 한승택이 기다리고 있어 KIA는 두 이닝 연속 찬스를 날릴 위기를 맞이할 뻔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유재신은 김광현을 상대로 희생플라이도 아닌,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타구는 구장 좌중간 펜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유재신은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타격과 수비에서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엄청나게 빠른 발로 1군 경기에 나서는 경기가 많은 전문 대주자 선수였다.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는데, KIA에서도 그의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25경기, 올해는 SK전 전까지 38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그쳤다.

아무리 백업 요원이라 하더라도, 프로 유니폼을 13년이나 입었는데 홈런 기록이 아예 없었을까. 진짜 없었다. 통산 437경기 336타수를 소화하며 단 1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한 유재신이었다. 그 선수가 국내 최고 좌완 김광현을 상대로, 팀에 값진 7대3 승리를 선물하는 그랜드슬램을 쳐냈으니 정말 극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공격 뿐 아니었다. 수비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6-2로 앞서던 4회말 KIA는 1사 만루 위기에서 4번 이재원을 상대해야 했다. 이재원이 팻 딘의 공을 제대로 밀어쳤고,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펜스 앞까지 날아갔다. 성큼성큼 뛰며 공을 따라간 유재신은 점프 타이밍을 잘 맞춰 안전하게 공을 잡았다. 절대 쉽지 않은 타구. 만약, 유재신이 이 타구를 놓쳤다면 SK가 2점 내지 3점을 더할 수 있었고 한 순간에 경기 흐름을 가져갈 뻔 했다. 이 수비 하나로 1점만 내주고 아웃카운트를 늘린 KIA는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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