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점입가경(漸入佳境). 시간이 갈수록 흥미로워지는 승부다. 혼전 속에 펼쳐지던 KBO리그 홈런왕 경쟁이 이제 두산 베어스 김재환과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두 홈런 타자의 정면 승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홈런 생산 페이스 : 박병호 > 김재환
우선 전제할 것은 이 결과가 현재까지 경기당, 타석당 홈런 생산 페이스만 가지고 유추한 결과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추정 수치다.
이에 맞서는 박병호는 101경기, 437타석에서 40홈런을 쳤다. 2.52경기당 1개 꼴이고, 10.9타석당 1개의 생산 페이스다. 이렇게 보면 박병호의 홈런 생산력이 김재환에 약간 앞선다. 사실 박병호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36일간(4월 14일~5월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재활을 거쳤다. 한 달 이상을 쉬었으면서도 복귀 후 엄청난 홈런 생산력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2위까지 올라왔다.
|
문제는 잔여 경기수 차이다. 20일 경기를 포함해 넥센이 13경기, 두산이 17경기를 남겨뒀다. 김재환이 박병호보다 4경기 더 나올 수 있다. 타석으로 쳐도 김재환이 박병호보다 16~20타석 정도 더 들어선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잔여경기 수를 홈런 생산력 페이스에 대입해보면 김재환이 박병호보다 홈런 1개 정도 더 칠 수도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결국 경기당 홈런 생산 페이스로 잔여 경기의 추가 홈런수를 예측해보면 김재환은 5.7개, 박병호는 5.2개가 된다.
향후 예상 홈런은 비슷하게 5~6개 정도인데, 김재환이 6개를 칠 가능성이 약간 높다. 결국 현재 42개인 김재환은 최종 47~48개, 40개인 박병호는 최종 45~46개를 전망해볼 수 있다. 지금 두 선수 사이에 놓인 '홈런 2개'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격차인 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추정치다.
|
그렇다면 스윙 메카니즘이나 파워 등 홈런을 만드는 능력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이 부문에서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릴 순 없다. 이미 40홈런 이상을 넘긴 타자들을 두고 기술과 힘의 우열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 있다. 다만 '차이점'에 관해서는 이야기 해볼 만 하다.
KBO리그 최초의 '30홈런-30도루' 시대를 연 박재홍 MBC스포츠+ 해설위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마침 '넥센vs두산' 2연전을 현장에서 본 그는 "두 명 모두 40홈런 타자다. 기술과 힘은 이미 정점에 올라 있다"며 어렵게 스윙 메카니즘의 차이를 분석했다. 박 위원은 "분명히 차이점은 있다. 김재환은 스윙의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허리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몸통 회전을 쓴다. 그러다 보니 준비 동작에서 히팅 포인트까지 배트가 엄청 빠르고 간결하게 나오며 레벨 어퍼스윙으로 공을 높이, 멀리 보낸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어떨까. "박병호도 기본적으로 몸통 회전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스윙을 하는 타자다. 그러나 특정 코스, 예를 들면 몸쪽 공에 대한 대처에서 김재환과 다른 점이 있다. 어퍼 스윙이 충분히 나오지 않을 때 박병호는 손기술을 쓴다. 가끔 한 손을 놓거나 아니면 손을 순간적으로 몸에 붙여 스윙하는 식이다." 박 위원의 설명이다.
박 위원은 이어 "두 타자 모두 스윙 스피드나 코스 및 구종별 대처 능력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올 시즌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콜드존'도 별로 없다. 그래서 누가 홈런왕이 되도 이상하지 않다.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
그런데 박 위원은 중요한 변수 한 가지를 언급했다. 1996년 30홈런(36도루)으로 30-30클럽의 문을 열고 홈런왕 타이틀까지 따낸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박 위원은 "객관적 지표로는 김재환이 유리하다. 경기가 더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 1개를 앞서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지금까지 불리한 상황을 뒤집으며 왔다. 특히 김재환이 아직 홈런왕에 올라보지 못한 반면 박병호는 이미 4번이나 해봤다는 게 변수"라고 했다.
결국 마지막 레이스에서 타이틀 홀더의 경험 유무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현 상황에서 두 선수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다. 막판 홈런 경쟁에서 오는 압박감이나 상대 투수의 견제가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이어지면 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타이틀을 따 본 경험이 있는 선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다. 박병호가 상대적으로 김재환보다 더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 위원은 "김재환도 정신력이 매우 강한 선수다. 경험은 없지만 압박감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 수도 있다"며 여전히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