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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단장이 꿈꾸는 '10라운더의 반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9-11 10:53


2019 KBO 신인드래프트가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드래프트 2차 1순위에 지명된 각구단의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2차 지명 행사는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지명 순서는 2017년 성적의 역순인 KT-삼성-한화-넥센-LG-SK-NC-롯데-두산-KIA 순으로 실시된다. 라운드별로 구단별 1명씩, 모두 100명의 선수들이 KBO 리그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될 예정이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9.10/

어떤 사람은 "괜한 일을 했다"고 평가절하한다. 또 어떤 사람은 "지명권 한장을 그냥 버렸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호의적인 의견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LG 트윈스의 마지막 10번째 선택을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하지만 LG 양상문 단장은 시종 여유만만, 느긋하게 대답한다. "한번 두고 보세요. 분명히 깜짝 놀랄 일이 생길 겁니다."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기대하는 점이 뚜렷하게 있는 듯 했다. 설령 또 잘 안되면 어떤가. '10라운더'니까 역시 손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양 단장은 "미약하지만, 분명히 가능성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은 '비선수 출신' 투수 한선태(24)를 뽑은 뒤 이야기다.

LG는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 좌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맨 마지막 10번째 지명 선수로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 소속의 우완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의 이름을 불렀다. 좌중이 일순간 술렁였다. 그도 그럴것이 '엘리트 선수'들이 거의 1000명 가까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교 시절까지 야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거의 독학으로 야구를 익힌 한선태를 뽑았기 때문이다.


2019 KBO 신인드래프트가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2차 지명 행사는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지명 순서는 2017년 성적의 역순인 KT-삼성-한화-넥센-LG-SK-NC-롯데-두산-KIA 순으로 실시된다. 라운드별로 구단별 1명씩, 모두 100명의 선수들이 KBO 리그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될 예정이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9.10/
이유가 뭘까. 양 단장은 이에 대해 "미리 계획했던 것"이라고 했다. 한선태를 고른 게 결코 우연도 아니고, 즉흥적인 결정도 아니라는 것. 양 단장이 한선태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8월 트라이아웃 때였다. 드래프트 신청서를 낸 한선태는 트라이아웃에서 자신이 어떤 유형의 투수라는 걸 잘 보여줬다. 양 단장이 여기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는 "처음 보는 선수였는데, 일단 투구 폼이 아주 예쁘고 좋았다. 거기에 사이드암으로 140㎞대 중반이 나오는 데다 슬라이더, 싱커 등 변화구도 곧잘 던지더라. 장점이 많이 보였다"고 첫 인상을 떠올렸다.

결국 LG는 방침을 정했다. 만약 한선태가 9라운드나 10라운드 때도 남아있으면 한번 뽑아보자는 방침. 그 계획대로 한선태에게 주목하는 다른 구단이 없었고, LG가 가장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직 한선태를 고른 게 성공인지 실패인지 평가 하기는 이르다. 시간이 한참 지나봐야 한다. 양 단장 역시 "지금 당장 그 선수를 쓰겠다는 게 아니다. 장점이 있지만, 또 경력이 짧아서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그래도 다만 얼마간의 가능성이라도 보고 데려온 것"이라면서 "잘 한번 키워볼 계획이다. 잘 성장하면 우리는 10라운드 픽을 잘 쓴 셈 아닌가"라고 답했다.

한선태는 말하자면 LG의 입장에서는 '긁지 않은 복권' 같은 캐릭터인 셈이다. 숫자의 조합이 잘 맞았다면 역대 드래프트 사상 가장 특이한 성공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손해볼 사람은 없다. 한선태로서는 그토록 꿈꾸던 프로 무대에 정식 지명선수로 발을 내딛게 된 것이고, LG도 기대가치가 크지 않은 10라운드 픽으로 도전을 한번 해본 것이니 말이다. 이왕이면 LG가 잡은 복권이 '꽝'보다는 '당첨'이 되길 기원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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