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최다연승의 순간, 장정석 감독이 오주원을 올린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13 09:45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넥센 오주원.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7.29/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는 한 수 였다.

올 시즌 온갖 악재에도 넥센 히어로즈는 꿋꿋이 버텼다. 버틸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일들을 겪으며 더 강해졌다. 후반기 시작 이후 한동안 비틀거리며 추락하기도 했지만,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무섭게 위를 향해 질주했다. 급기야 12일 고척 LG전 승리로 히어로즈 군단은 지난 2008년 창단 이후 11시즌 만에 팀 최다인 9연승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 승리의 마지막 순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9회초 넥센의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 때였다. 이미 스코어는 11-3으로 상당히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닝 시작 무렵 마운드에서는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8회를 11구만에 퍼펙트로 막아낸 이보근 대신 마운드에 오른 건 김상수의 부상 이탈 후 임시 마무리를 맡은 팀내 최고참 투수 오주원이었다.

8점차 리드에서 팀의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내러 나온 상황.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정도 여유라면 필승조를 아끼기 위해 다른 투수를 투입할 수도 있다. 당시 불펜에서는 조덕길과 안우진이 1주일 내내 휴식을 취했고, 김동준도 이틀전인 10일에 한 번 나왔을 뿐이다. 힘이 넘치는 선수가 많았다. 그러나 장 감독은 오주원을 택했다.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고까지 했다.


2018 KBO리그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1-3의 승리를 거두며 9연승을 달린 넥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8.12/
바로 이 장면에 바로 9연승의 숨은 힘이 담겨있다. 온갖 고난을 선수들과 '함께' 겪으며 리더십을 쌓아나간 장정석 감독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기 위해 일부러 내민 카드였던 것이다. 마치 사냥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질주를 멈추지 않는 맹수처럼 확실하고 압도적인 힘으로 경기를 끝내겠다는 결의와 그렇게 만든 영광의 순간을 베테랑 투수가 누리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진 결과였다.

장 감독은 "사실 8회말에 7점이나 뽑게 되면서 점수차가 커졌을 뿐이지, 원래는 1점차 승부라고 봤다"면서 "그래서 8회 이보근-9회 오주원이 이미 예정돼 있었다. 오주원도 8회에 이미 몸을 다 풀어놓은 상태였다. 8회말 공격 때 점수가 많이 났지만, 오주원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감독은 "오주원도 화-수(7,8일) 연투 이후 3일간 쉬어서 몸상태가 좋았다. 가장 확실한 카드로 깔끔하게 경기를 끝내는 게 훨씬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기면 팀 최다연승이지 않나. 그 기쁜 순간을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고생해 온 베테랑 투수에게 선물해주고 싶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확실한 승리'와 '베테랑에 대한 예우'라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잡기 위한 기용이었던 것이다. 단호하면서도 사려 깊은 장 감독의 팀 운용스타일도 9연승을 만드는 데 큰 힘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