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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반 넥센 히어로즈 김상수에게 붙어있던 칭호는 '미스터 제로'였다.
하지만 보직 변경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아무리 김상수가 지난해 마무리 경험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시즌 중에 갑작스럽게 보직이 바뀌면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팀 상황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팀내 투수조 중 최고참인 김상수는 의연하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그러나 막상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라서는 중간계투로 '미스터 제로'의 명성을 날릴 때 만큼의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세이브 숫자는 늘어났지만, 동시에 평균자책점도 치솟았고 블론 세이브도 불어났다.
이렇게 '미스터 제로'에서 불안한 마무리의 대명사가 됐던 김상수가 살아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인천 SK전에서 4-3의 빡빡한 리드 상황에 9회 등판해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시즌 11세이브 째를 챙겼다. 벌써 2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다. 그런 뒤에 김상수는 "그 동안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팀 동료, 팬 여러분 모두에게 미안했다"면서 기쁨의 소감을 사과로 대신했다. 그간 김상수가 얼마나 큰 부담감을 가슴에 품고 던졌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