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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잡고, 상위권에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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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막판에 합류한 에릭 해커는 KBO리그에서 5시즌이나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마치고 소속팀을 찾지 못한 채 개인 운동만 하느라 넥센에 처음 합류했을 땐 경기 체력이 완벽히 갖춰진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등판을 거듭할수록 예전의 모습이 나왔다.
때문에 장 감독은 해커에게 올스타 휴식기 이후 페넌트레이스에서 1선발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후반기 첫 상대가 LG 트윈스라는 것. 해커는 지난해 NC에 있을 때 LG를 상대로 강점을 보였다. 3경기에 등판해 2승에 평균자책점 1.25로 막강했다. 이런 기록을 갖고 있는 투수를 가장 중요한 3연전 첫 머리 선발로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우선 올해의 LG는 작년의 LG가 아니었다. 해커는 2018 LG에 강하지 않았다. 17일 경기에서 5⅔이닝을 버텼지만, 홈런 2방을 얻어맞으며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나마 22일 NC전에서 6⅓이닝을 3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따낸 게 위안이었다. 해커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후반기 첫 판인 LG전 패배 이후 넥센은 좀처럼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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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해커의 1선발 투입은 절반의 성공이라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다른 노림수에서 터지고 말았다. 바로 불펜진, 특히 필승조의 미세 개편안이었다.
넥센의 불펜이 불안한 건 어제오늘 갑자기 생긴 문제는 아니다. 이미 오래 누적돼 온 결과고, 특히나 지난 5월 마무리 조상우와 주전포수 박동원이 성추행 혐의로 팀에서 이탈하며 더욱 심화됐다. 이전까지 막강한 필승조 역할을 하던 김상수가 어쩔 수 없이 마무리로 보직이동하며 필승조의 무게감이 현저히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이 문제를 늘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불펜을 강하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밤새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다. 결국 후반기를 앞두고 불펜진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반기 막판에 계속 얻어맞으며 불안감을 노출했던 이보근을 필승조에서 빼고 재정비할 시간을 준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필승조는 김동준과 오주원, 양 현 등으로 구성했다. 쉽게 말해 이보근의 역할을 김동준에게 이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게 결과적으로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누구도 웃지 못했다. 김동준은 후반기에 등판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으로 무너지며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오주원 역시 평균자책점이 10.38에 이르렀다.
필승조가 불안하다보니 장 감독은 다음 방안으로 마무리 김상수를 조기 투입하는 수를 썼다. 어차피 안정적인 세이브 상황이 잘 안오고 있어서 김상수의 체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에도 김상수를 빠르게 투입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28일 고척 롯데전 때 8회 무사 1루때 에 투입했다. 하지만 김상수는 나오자 마자 민병헌에게 2점포를 얻어맞았다. 결국 김상수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9.29까지 치솟았다.
새삼 돌아봐도 장 감독의 노림 수에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담겨있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도 현실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결론적으로 장 감독의 후반기 전략은 일단 실패다. 남은 40경기에서 다시 5위권 이상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전략 재수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과연 어떤 해답을 내놓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