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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행 앞둔 허 재 감독 "농구로 남북 교류, 기쁘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6-22 06:00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한 허 재 대표팀 감독. 일본 원정 연습경기 도중 좁은 숙소 벽에 부딪혀 코에 반창고를 붙였음에도 "사진 찍어도 좋다"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 용 기자

"농구가 남북 교류에 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남한과 북한은 지난 18일 판문점에서 남북체육회담을 가졌다. 핵심은 농구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잘 알려진대로 엄청난 농구팬이다. 왕년의 미국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맨과 친분이 두텁고, 그를 평양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체육 교류를 할 거면, 농구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게 15년 만의 남북통일농구대회로 이어졌다. 남북 양측은 내달 4~5일 평양에서 통일농구경기를 열기로 합의했다. 가을에는 북한팀이 서울에 온다. 친선경기와 남북 혼합팀 경기가 진행된다.

허 재 남자농구대표팀 감독(53)은 감회가 남다르다. 허 감독은 지난 2003년 열린 통일농구대회에 선수로 출전했다. 이번에는 감독으로 평양을 찾는다. 국가대표팀이 출전하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대회가 성사된 상황에서 갈 수 있는 팀은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중인 대표팀 뿐이다. 허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평양에 가는 것으로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허 감독은 "2003년 대회에서 리명훈과 술도 한 잔 하고 얘기도 나눴는데, 잘 지내고 있는 지 궁금하다. 이번에도 가면 술 한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3년 두살 아래 동생 리명훈(51)이 허 감독에게 깍듯하게 술을 따르는 장면이 보도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허 감독은 "북한이라는 곳이 가고 싶다고, 돈이 있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된다는 건 생소하면서도 긴장되는 일이다. 2003년에도 그랬다. 그 때는 숙소 외부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해,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어떤 곳인지 유심히 살피곤 했다"며 "선수들이 북한에서 경기 해보고, 북한 선수들도 서울에 와보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농구 말고 평양에서 냉면 한 그릇만 먹고와도 선수들에게는 매우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고 했다.

허 감독은 "승패보다 농구를 중심으로 남한과 북한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좋아질 수 있다는데, 그보다 더 좋은 의미가 뭐가 있겠나. 국가대표팀이 북한에 가는 게 처음이다. 농구가 남북 교류에 일조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2003년 통일농구경기에는 현대 농구단 소속 선수를 중심으로 남녀 팀을 구성해 방북했다.

대회 일정이 갑자기 잡히면서, 남자대표팀은 지옥 스케줄을 받아들었다. 오는 26일 출국해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원정 중국, 홍콩전을 치르고 2일 귀국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3일 평양으로 향한다. 통일농구경기를 마치고 6일 돌아와 7월 13일 대만으로 출발한다. 대만에서 열리는 존스컵에 참가한 뒤 23일 귀국하는 일정이다.


허 감독은 "스케줄이 매우 타이트하지만 한국 농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 무조건 잘 된 일이다"고 반겼다. 통일농구경기는 부상이나 체력 걱정이 없는 친선대회이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사진=김 용 기자
허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정부는 이번 체육회담에서 아시안게임 단일팀 얘기가 나왔고, 세부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허 감독은 "두 팀이 합쳐진다는 건 부족한 부분이 서로 메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전혀 안돼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평양에 가기 전에는 국제대회에서 가끔 시합을 하고 안면도 트고 했는데, 그 이후로는 북한이 국제대회에 참가를 거의 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만약 단일팀이 성사된다면 남한 코칭스태프와 관계자, 북한 코칭스태프와 관계자가 모여 더 강한 팀을 만들 수 있는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남한 몇 명, 북한 몇 명 차출 식의 대표팀 구성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다.

허 감독은 마지막으로 "단일팀은 뭔가 결정이 나고 나서 생각할 문제 같다. 어떤 경우의 수에 대해 얘기하기는 힘들다. 아주 민감한 문제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만약,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북한 선수가 합류하게 되면 그동안 대회를 준비해 온 선수 일부가 대회 출전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남자 팀의 경우 금메달에 병역 혜택이 달려있어 더욱 민감하다. 오는 30일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엔트리 접수가 마감된다. 남자팀이 여자팀에 비해 단일팀 출전 가능성이 훨씬 낮다고 하는데,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

진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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