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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았을 때 홈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타구가 워낙 좋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황진수의 활약상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7회말 동점을 허용한 뒤 더그아웃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상황이었다"며 "황진수가 고비 때 중요한 한 방으로 분위기를 살렸다"고 칭찬했다. 황진수는 "최근 타격감이 좋은 후속 타자 앤디 번즈에게 (타석을) 이어준다는 생각만 했다"며 "김승관 타격 코치가 '상대 투수가 3B1S에서 몸쪽 공을 많이 던진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비슷하게 공이 들어오면 미련없이 배트를 돌리자는 생각이었는데 적중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황진수는 공주고를 졸업한 지난 2007년 롯데 2차 6라운드 45번 지명을 받아 이듬해 프로에 입문했다. 올해로 프로 11년차. 하지만 1군 무대에서 그가 남긴 성적은 그리 많지 않다. 10년차에 접어든 지난해 후반기 60경기 117타수 34안타(1홈런) 18타점, 타율 2할9푼1리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지난 2012년 28경기 이후 5시즌 만에 두 자릿수 출전을 기록했다. 고교 시절 유격수로 두각을 드러냈으나 프로 입단 이후 스위치히터로 타격, 주루 능력 등 강점을 갖고 있음에도 수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프로 생활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내며 때를 기다렸고, 지난해가 되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올 시즌에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6월 들어 조 감독으로부터 기회를 부여 받으며 차츰 출전 경기수를 늘려가고 있다.
올 시즌 들어 부쩍 책임감이 커진 황진수다. 지난해 12월 2일 팀동료 김문호의 소개로 만난 이수정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지난 4월에는 득녀하면서 '딸바보'가 됐다. "지난해 유독 좋은 일이 많았다. 후반기 활약도 그렇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고 미소를 지은 황진수는 "원정 때마다 아내가 집-친정을 오가며 아이를 보는데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요즘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야구장에서 죽기살기로 뛴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의 책임감, 야구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만년 2군' 꼬리표도 떼야 할 때가 됐다. 황진수는 "주전으로 정착하고픈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팀이 잘되야 나도 빛을 볼 수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살려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주전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