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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지분을 둘러싼 분쟁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 측이 주도한 유상 증자 시도가 법원 판결에 의해 최종 무산되며 지분 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건 이전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핵심은 이런 상태가 유지될수록 히어로즈 구단의 미래도 역시 점점 암울해진다는 데 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이 전 대표측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법원의 판결이 유상 증자 대금 납부 마감일(19일) 하루 전에 발표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당초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가부간의 결과가 더 빨리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불과 지난 주말까지도 법원 측에서는 이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구단 측은 유상 증자가 그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 주말 "유상 증자에 대해 이 전 대표측과 반대파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법원에서도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법조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보통 이런 경우에는 법원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유상 증자는 일정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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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가 주도한 유상 증자 시도는 약 한 달여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판결이 복잡하고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히어로즈 구단의 지분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여전히 복잡하게 꼬인 문제가 남아있다.
복잡한 지분 문제의 핵심 요인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이 받아야 할 '지분 40%(16만4000주)'를 과연 법적으로 누가 줘야 하는가에서 발생했다. 홍 회장 측은 당연히 이 전 대표가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20억원을 빌리면서 지분 제공을 약속한 사람이 이 전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적 판단에서는 홍 회장에게 지분을 제공해야 하는 건 이 전 대표 개인이 아닌 '주식회사 서울 히어로즈' 법인이다. 이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하지만 정작 '히어로즈 법인'은 자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홍 회장에 줄 것이 없다. 또 이 전 대표 역시 개인 지분을 홍 회장에게 줄 법적 의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지분 문제를 둘러싸고 계속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 역시 이 전 대표의 꼼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유상 증자' 카드는 이 전대표가 일거양득을 노리고 꺼내든 것이었다. 운영자금 마련의 목적도 없진 않겠지만, 핵심은 이 전 대표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홍 회장이 결국은 받아야 하는 16만4000주의 영향력을 희석하는 데 있었다. 법원도 이런 점을 들어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락한 것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히어로즈의 총 주식량(41만주)과 지분 비율은 종전과 같이 유지되게 됐다. 그리고 여전히 홍 회장과 이 전 대표간의 답 없는 줄다리기도 계속된다. 법률적으로는 여기서 더 이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현재로서 이 문제가 해결 되려면 둘 중 하나 뿐이다. 하나는 이 전 대표가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신의 소유 주식 중 16만4000주를 홍 회장에게 선뜻 주는 것. 다음으로는 홍 회장이 지분 수령을 포기하고 이 전 대표측이 제시하는 원금(20억원)과 그에 대한 이자 비용만을 받고 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결국 진흙탕 싸움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