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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파격? 고민? 3루수 이대호의 명과 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6-12 05:29


◇이대호가 지난 2017년 8월 24일 사직 LG전에서 2루수에게 공을 토스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10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타선 변화를 꾀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4번 타자 이대호의 수비 위치였다. 이날 조 감독은 이대호를 3루수로 기용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대부분 1루수 또는 지명 타자로 나섰다.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것은 지난 2011년 6월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559일만이었다.

조 감독은 이대호를 3루에 기용한 이유로 '공격력 극대화'를 꼽았다. 이대호를 3루에 기용하면 또 다른 1루수이자 좌타자인 채태인을 활용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한방'을 갖춘 해결사인데다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더불어 이들과 지명 타자 로테이션을 돌던 외야수 이병규까지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조 감독이 10일 내놓은 라인업은 전준우-민병헌-손아섭-이대호-이병규-채태인으로 이어졌다. 1번부터 6번까지 모두 3할대 타자가 배치됐다. 이들의 평균 타율이 3할3푼3리, 홈런만 48개다.

타선 강화를 위해선 3루수 이대호 카드는 최적의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롯데가 올 시즌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3루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라는데 좀 더 무게가 쏠린다.

조 감독은 올 시즌 초반 '고졸 신인' 한동희를 3루수 자리에 세워 가능성을 테스트 했다. 한동희는 시즌 초반 활발한 타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3루 수비 불안이 대두됐다. 수비 실책이 잦았다. 이렇게 되니 타석에서의 부담도 커졌다. 조 감독이 지난 5월 2일부터 27일까지 재정비 차원에서 한동희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현재까지 타격이나 수비 모두 평행선이다. 올 시즌 3루수 자리에 33차례 선발 출전한 한동희의 실책은 9개, 팀 전체로 따져보면 2루수 앤디 번즈(10개)에 이은 2위다.

한동희의 대안으로 떠오른게 신본기였다. 신본기는 31차례(선발 16경기) 165이닝 동안 3루에서 단 1개의 실책만을 기록했다. 타구 처리, 송구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수비율(0.977)은 한동희(0.889)에 비해 월등했다. 그러나 신본기의 주포지션은 유격수. 최근 문규현이 어깨 통증으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자 신본기는 3루에서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 상황. 롯데는 현재 1군 엔트리에 문규현, 신본기 외에 유격수 대체자가 없다. 문규현 회복 전까지 3루수 신본기를 보기 쉽지 않다.

조 감독은 이들 외에도 황진수, 오윤석, 정 훈(이상 2경기), 김동한(6경기)을 3루수 자리에 세웠다. 그러나 공-수 모두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런 고민 속에 3루수 이대호 카드가 탄생할 수 있었다.

4번 타자 이대호의 타격 존재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수비다. 이대호는 수비 센스가 뛰어난 편이나 무거운 몸 탓에 순간 동작이 느리다. 수비 범위도 좁은 편이라 1루수로 나설 때도 2루수의 1~2루 간 커버 부담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3루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 기습 번트 수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대호가 당장 '붙박이 3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뚜렷한 장단점 뿐만 아니라 꾸준한 타격 컨디션 유지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존대로 1루수 내지 지명 타자 기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선 강화 효과만큼은 확실하다는 점에서 '승부처의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은 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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