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히어로즈 '뒷돈 트레이드', 꼼수의 진짜 이유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5-29 08:33



"(이장석)대표님의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

넥센 히어로즈 고형욱 단장은 지난해 벌어진 두 차례의 '뒷돈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이유에 대해 28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이 전 대표의 계획에서 이뤄진 일이었고, 자신은 그저 이를 상대 구단(KT, NC)에 전했을 뿐이라는 해명.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전) 대표님이 현금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말자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 고 단장은 "트레이드 인센티브라는 내용도 금시초문이다. 나는 그런 돈을 구단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급여 통장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설령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고 단장이 책임을 면할 순 없다. 규정에 어긋나는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실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애초부터 이 전 대표의 꼭두각시였다는 것만 확인될 뿐이다.

왜 6억원을 숨기려 했나

그런데 이장석 전 대표의 이번 '뒷돈 트레이드' 꼼수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일단 시기와 금액적으로 볼 때 굳이 꼼수를 써서 감출 규모의 현금 트레이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는 두 건이었다. 우선 첫 번째는 2017년 3월. 투수 강윤구를 NC다이노스에 보내며 투수 김샛별에 1억원을 더해 받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7월. 내야수 윤석민을 KT 위즈로 보내며 정대현과 서의태에 현금 5억원을 얹어 받았다.

2017년 3월과 7월, 각 1억원과 5억원. 4개월 간격을 두고 이뤄진데다 그 금액도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현금 트레이드는 KBO의 금지 사항도 아니다. 때문에 트레이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신고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선수를 팔아 운영한다'는 식의 비난을 피해갈 만한 범위였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편법을 지시했다는 점이 의문이다. 특히나 고 단장에 따르면, 이 두 건의 트레이드를 통해 발생한 6억원은 고스란히 구단 운영비로 귀속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히어로즈 구단은 당시 이 금액이 당장 필요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던 것일까. 꼭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지난해 히어로즈 구단의 총매출액은 422억여원이었고, 여기서 15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온다. 굳이 6억원의 현금 트레이드 금액을 감출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불확실한 재무제표와 만성화 된 도덕불감증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지난해 구단의 회계감사 보고서의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구단이 제출한 2017년도 회계 자료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당시 회계 감사인은 보고서에서 "별첨된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의 재무제표가 주석 15에서 설명하고 있는 소송사건 및 횡령·배임 사건에 대한 최종 결과에 따라 중요한 불확실성의 존재를 나타내며, 우리는 상기 불확실성 사이의 잠재적 상호작용으로 인해 이들 불확실성의 누적적 영향에 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라는 근거를 제시하며 '의견거절'을 표시했다.

'의견거절'은 회계 감사를 의뢰한 회사가 받을 수 있는 최악의 판정이다. 만약 상장 기업이라면 '의견거절'이 나오는 즉시 상장이 폐지된다. 결론적으로 구단이 제출한 재무제표의 내용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또 트레이드를 통해 받은 6억원도 재무제표상에 정상 수입으로 처리돼 운영 자금으로 활용됐는 지 확신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6억원의 용도나 행방도 모호해진 셈이다. 그런데 공개해도 됐을 6억원을 굳이 꼼수로 가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대표가 개인 목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순 없게 됐다. 그는 이미 횡령·배임 사건에 관해 유죄 판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불법적인 꼼수를 쓰거나 구단 자금을 임의대로 유용하는 게 낯설 지 않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해 좀 더 철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과연 이 전 대표가 꼼수를 쓴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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