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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수년만에 KIA&LG 시리즈싹쓸이, 우리가알던 한화 맞나?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5-04 06:07


◇3일 LG를 상대로 3연전 스윕을 달성한 한화. 마무리 정우람의 5년 연속 두자릿수 세이브 달성은 덤이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도대체 한화 이글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한화는 3일 현재 3위(17승15패)까지 치고 올라왔다. 겨우 32경기를 치렀다. 112경기가 남았다. 하지만 돌풍의 주인공이 한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화는 지난 10년간 우승이 아니라 가을야구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도 '당당하게' 리빌딩을 선언해 버렸다. 외부FA는 2년 연속 잡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 영입 비용은 절반 이하로 팍 줄였다. 베테랑들을 줄줄이 은퇴시키며 팀개조를 시작했다. 한화팬들은 겨우내 '올해도 가을야구는 물건너 가나'라며 마음을 졸였다.

요즘 한화 구단 주위에선 심심찮게 "그렇게 오래됐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12일 홈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연전 스윕을 달성했다. 무려 2083일만, 약 6년의 세월이었다.

지난 3일에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7대3 승리를 만들어내며 역시 3연전을 모두 가져왔다. LG전 시리즈 스윕은 2010년 5월 11~13일 이후 무려 8년만이다. 이글스맨들 스스로 그 긴 세월에 놀란다. 한화가 얼마나 오랜 시간 약체였는지를 보여주는 흑역사였다.

한화 선수단 멤버들은 여전히 '설레발' 금지를 입에 달고 산다. 손에 완전히 움켜쥘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아픔의 세월이 길어지다보니 모두가 패배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화의 2018년 가을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같은 5월을 예상한 이가 드물었던 것처럼. 시즌은 길고 승부처는 도래하지 않았다. 2015년 김성근 전 감독 첫 해, 딱 이맘때(32경기) 한화는 17승15패로 6위에 랭크돼 있었다. 5할승률' +2'. 공교롭게도 2018년 지금 성적과 똑같다.

당시는 꼴찌 KT 위즈가 7승26패로 처져 있어 한화까지 6팀이 5할 승률을 상회했다. 2015년 한화는 7월까지는 벌떼 야구의 힘과 근성으로 가까스로 버텼지만 무더위속 8월에 9승16패로 고꾸라지며 결국 가을야구를 접었다.

3년전과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강하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3년전 한화는 불펜의 힘으로 겨우 버텨나가는 형국이었다. 올해 한화는 불펜 과부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연투를 최소화했고, 투구 수도 매경기 체크한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도 최소한의 피칭만으로 컨디션 조절을 한다. 힘 낭비를 없앴다. 경기 막판이 아니면 2명이 한꺼번에 몸을 푸는 경우도 없다. 한화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3.72로 전체 1위다. 3점대는 한화가 유일하다.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서균 박상원 정우람 등 필승조는 절적, 양적인 면에서 한화 구단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2군에서 최근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인 권 혁과 롱릴리프로 컨디션 조절중인 송창식, 여름을 대비해 몸을 만들고 있는 박정진은 아직 올라오지도 않았다. 주전급 투수들이 많다. 조금 있으면 김범수도 돌아온다. 장민재는 더그아웃에서 몸이 근질 근질할 판이다.

방망이는 폭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효율성이 높다.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의 가세는 윌린 로사리오(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이적)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다. 희생번트는 올시즌 4개(리그 최소)에 불과하다. 과감한 배팅과 베이스러닝으로 특유의 감칠맛 나는 공격을 선보이고 있다.

불펜이 강하니 역전승은 잦고, 역전패는 덜하다. 유일한 리그 1점대 평균자책점(1.42) 마무리 정우람(1승10세이브, 구원 1위)의 존재는 타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요즘은 안하던(못하던) 선발야구도 한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도 각각 4연속 퀄리티 스타트, 2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환골탈태했다. 둘은 최근 등판에서 나란히 무4사구 경기를 선보였다. 3선발 배영수와 4선발 김재영도 꽤 믿음직스럽다.

한화에 걱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키스톤 콤비가 애간장을 녹인다. 삼진 퍼레이드 중인 하주석, 수비실책으로 고개숙인 정근우. 하지만 장점은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달라진 외야수비와 거침없는 팀컬러는 '정녕 우리가 알던 한화가 맞나' 싶을 정도다.

혹자는 아직은 기뻐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웃음을 10월까지 참아야 하나?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우는 것이 맞다. 인생사라면 몰라도 야구가 생업이 아닌 이들이 야구를 즐길 때는 일희일비도 나쁘지 않다. 지금은 한화 야구에 박수를 보낼 때가 맞다. 딱히 지적할 부분도 없지 않은가.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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