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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시작한 루틴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기는 한데…."
많은 기대 속에 KT 유니폼을 입었지만, 앞선 두 시즌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 시즌 타율 3할3푼6리-14홈런-64타점, 지난해 3할6리-13홈런-68타점을 마크했다. 못했다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애매한 성적이었다. 팀 성적이라도 좋았으면 괜찮았을텐데, KT는 유한준을 영입하고도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수근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FA 계약 당시 35세. 노장이 되는 선수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에 유한준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건 전 소속팀 넥센의 홈구장 목동 얘기였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홈런, 타점 상승이 좁은 목동이라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홈런을 치기 힘든 수원으로 옮기자마자 성적이 뚝 떨어졌으니, 선수 입장에서도 뭐라 변명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유한준의 주변에서는 "첫 두 시즌은 혼자 타선을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했다면, 올해는 황재균과 강백호 등이 합류하고 윤석민과 로하스가 개막부터 뛰며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다"고 얘기한다. 심리적 편안함이 상승세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 본인이 생각하는 활약의 비결은 무엇일까. 유한준은 "정말 나도 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평소 가지고 있는 루틴을 꾸준히 지키려고 노력한 점이 좋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한준은 대표적인 '루틴맨'으로 유명하다. 경기 전후 운동, 스프링캠프에서의 준비 등 딱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하루도 운동을 거르는 법이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정규 훈련 전 아침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유한준을 보고 후배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훈련 효율성이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원정 경기 전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도 부끄럼 없이 빈스윙 연습을 한다.
유한준은 "굳이 올해 상승세의 이유를 찾아보자면, 일찍부터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평소 지키던 루틴 외에 새롭게 시작한 루틴이 있는데 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루틴인지 묻자 유한준은 "혼자서 하는 별 것 아닌 준비 과정인데, 정말 별 거 아닌 걸로 주목을 받을까봐 걱정돼 말씀을 못드리겠다"며 웃었다.
시즌은 길다. 지금의 놀라운 상승세가 언젠가는 꺾일 수 있다. 4할 이상의 고타율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다. 무더운 여름철 날씨도 유한준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매사 성실하고 진지한 유한준이기에 올시즌 그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