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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검 최다투구 투혼, 위닝시리즈 끊긴 넥센의 유일한 소득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4-08 09:40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시즌 초반 3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가던 넥센 히어로즈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씁쓸하게 확인해야 했다. 일단 대진운이 나빴다. 하필 지난해 20승 원투 펀치인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주말 1, 2차전에 나란히 선발 등판했기 때문이다.

넥센은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5로 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한 KIA 에이스 양현종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양현종을 상대로 6회까지 8개의 안타를 치면서 악착같은 승부를 펼쳤지만, 득점은 1점에 그쳤다. 양현종의 노련함이 빛났다. 이날 패배로 넥센은 전날에 이어 2연패를 당하며 4연속 위닝시리즈 도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날 패배 속에서도 얻은 건 있다. 바로 외국인 선발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7⅓이닝을 버텨준 것이었다. 비록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9안타 2볼넷으로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악전고투하면서도 긴 이닝을 버틴 브리검의 투혼은 두 가지 측면에서 향후 넥센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선 팀의 젊은 토종 선발진, 특히 그 중에서도 브리검과 같은 투심 패스트볼을 주력 구종으로 삼고 있는 최원태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날 경기는 사실 투수에게 굉장히 악조건에서 펼쳐졌다. 전날부터 시작된 꽃샘 추위가 절정에 달해 제대로 공을 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상대 선발인 양현종 역시 "날씨가 쌀쌀해 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날 저녁 광주 평균 기온은 영상 4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탁 트인 그라운드에 강한 바람이 불어 선수들의 체감 온도는 거의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브리검은 자신의 KBO리그 최다투구수 기록을 경신해가면서 팀을 위해 헌신했다. 이날 브리검이 던진 108구는 지난해 7월9일 대구 삼성전의 103개를 뛰어넘는 개인 최다투구수 신기록이었다. 안타를 맞고 실점하더라도 어쨌든 약속된 지점, 혹은 그 이상까지 버텨주는 브리검의 모습에서는 큰 책임감이 느껴졌다.

선발 투수의 제1책무는 승리가 아니다. 이기고 지는 건 타자들이 얼마나 점수를 뽑아내느냐에 달린 것이다. 선발 투수는 되도록 적은 실점을 하면서 가능한 오랫동안 마운드에서 버텨줘야 한다. KIA전에서의 브리검은 바로 이런 점에서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패배 후에도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런 브리검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번 얻어맞으면 쉽게 주저앉아버리는 젊은 국내 투수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날 브리검이 8회까지도 마운드에 올라온 덕분에 넥센은 불펜투수들의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것 역시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브리검이 7⅓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뒤에는 오주원이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경기를 마쳤다. 홈팀 KIA의 승리라 넥센 투수들은 8이닝만 던지면 되는 경기였기 때문. 오주원은 겨우 5개의 공만 던졌다. 그래서 연투가 가능하다.

물론 아예 등판하지 않은 다른 불펜들 또한 푹 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넥센은 8일 KIA전 뿐만 아니라 다음 주까지도 불펜진 운용이 한층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브리검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만들어준 여유였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을 지라도 팀 구성원 모두가 브리검에게 박수를 보내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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