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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은 천적이었다.
류현진을 어렵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천적에 대한 부담이었다. 1회초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아웃카운트 2개를 공 5개로 손쉽게 잡아놓고 3번 폴 골드슈미트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4번 A.J.폴락에게 1타점 좌익선상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1회를 아무 일 없이 마쳤다면 분명 경기를 더 길게 끌고갈 수 있었다.
골드슈미트는 리그 내 류현진의 최대 천적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을 만나 21타수 9안타 타율 4할2푼9리를 기록했다. 2홈런 7타점. 2루타 장면을 보면 1B 상황에서 류현진이 던진 바깥쪽 낮은 90마일 직구를 거침없이 받아쳤다. 류현진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특히 잘받아치던 골드슈미트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볼넷이 화근이 돼 결국 2개의 볼넷을 더 내주고 밀어내기 실점을 하고 말았다. 3회 실점이 없었다면 4회를 더 수월하게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1회 첫 실점 장면 2루타를 친 4번 폴락도 류현진에 매우 강했었다. 폴락 역시 경기 전까지 24타수 8안타 타율 3할3푼3리로 강했다. 상대 중심이자 천적들을 넘어서지 못한 결과가 뼈아팠다. 그리고 2번 케텔 마르테에게 동점타 포함, 두 방의 3루타를 허용해 다음 대결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애리조나는 다저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많은 경기를 펼쳐야 한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만 19번 맞붙었다. 류현진의 경우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82번의 등판에서 애리조나를 상대로 10번이나 공을 던졌었다. 이 천적들을 이겨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애리조나전이 힘들어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