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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KBO리그)가 37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KBO리그의 발전을 이끈 주체는 누가 뭐래도 구단, 선수, 팬들이다. 구단수 10개, 등록 선수 600여명, 관중 800만명, 총매출 3000억원 등 KBO리그의 외연 확장은 이들 주체들의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노력에 의해 이뤄졌다. KBO리그 발전 과정을 시기별로 설명할 때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1998년 도입한 외국인 선수 제도다. 해마다 외국인 선수 규정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매년 구단별로 2~3명이 KBO리그 그라운드를 누볐다. 올시즌을 포함해 지난 21년 동안 KBO리그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는 총 359명이다. 이들은 경기력 측면에서 기여한 바가 컸고, 팬들에게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들은 KBO리그에서 뛰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니퍼트는 2011년 두산 베어스에서 시작해 8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인 94승을 마크 중인 니퍼트는 100승을 바라보고 있다. 러프는 지난 시즌 초 부진해 퇴출 얘기까지 들어야 했지만, 조금씩 리그에 적응해 타점왕(124개)에 올랐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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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타자에 대해 "팀마다 좋은 타자가 있고,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타자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앞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 황재균(kt)과 상대해 본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이어 니퍼트는 "팬들의 한결같은 응원이 감동적이다. 어떤 팀을 응원하든 그들은 이기든 지든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지난 7년 동안 느낀 거지만, KBO리그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러프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투수들의 성향을 물었다.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상대의 강약점을 파악하면서 잘 요리하는 것 같다. 힘있게 던지고 슬라이더가 뛰어난 투수들이 특히 많다. 경기 준비도 잘 한다"고 밝혔다.
팬들의 응원 문화에 대해선 "메이저리그나 트리플A 팬들과 다르게 분위기 자체가 활기차다"면서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스코어에 상관없이 항상 끝까지 남아서 응원하는 게 감동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팬들이 선수에게 선물을 주고 커피를 사주고, 선수들 자녀에게까지 음료수를 건네는 게 참 특별한 것 같다"고 했다.
KBO리그의 개선점을 물었다. 두 선수 모두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니퍼트는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면 다음 날 더블헤더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즌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니퍼트는 "뒤로 미뤄 경기를 하니까 시즌이 길어진다. 더블헤더가 나쁜 방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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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는 경기시간을 언급했다. 늘어지는 경기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굳이 내가 제안할 바는 아니고, 팬들 입장에서도 경기장에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경기가 길게 지연되는 성향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시간 단축, 스피드업은 KBO가 매년 그 방안을 내놓을 정도로 이미 공론화된 과제다. 지난해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1분으로 2016년보다 4분이 줄었다. 9이닝 기준으로도 3시간 17분으로 2016년보다 4분이 단축됐다. 투수교체 시간을 2분 30초에서 2분 20초, 연습투구 시간을 2분 10초에서 2분으로 제한한 덕분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평균 경기시간은 각각 3시간 8분, 3시간 13분이었다.
두 선수가 악수를 나눈 것은 스포츠조선 인터뷰 자리가 처음이었지만, 서로에 대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니퍼트는 러프에 대해 "잘 치는 타자다. 작년 시즌 초에 주춤했지만 자기 모습을 찾아서 후반기에 잘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가장 잘 치는 타자인 것 같다"고 했다. 러프 역시 니퍼트에 대해 "승부욕이 좋고 타점이 높아 치기 어렵다. 찍어내리는 투구가 인상적이고, 낯설었다. 슬라이더가 뛰어나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