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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자주 치렀던 모의고사를 떠올리면 될 듯 하다. 최종 점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모의고사의 내용이다. 어떤 과목에 약했는지, 어떤 유형의 문제를 또 틀렸는지 분석하고 대비해야 실제 최종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모의고사는 그런 연습을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결과에 만족하기 보다는 내용을 차분히 분석해보는 게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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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를 보면 매우 희망적이다. 젊은 투수들의 호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이왕이면 얻어맞는 것보다는 좋은 기록을 내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연습경기는 마치 '모의고사'와 같기 때문이다. 오답노트를 잘 만들어야 성적 향상의 가능성이 큰 것처럼, 이 결과의 이면에 숨은 의미에 더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연습경기에 잘했다고 해서 절대 만족하거나 들뜨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뿐이다.
오히려 유승철이 평균 구속이나 변화구의 위력 면에서 나았는데, 이는 몸상태를 일찍 끌어올린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몸상태를 개막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게 새로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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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맘때 100%의 몸 상태와 구속을 기록하는 투수는 없다. 맞춰가는 과정일 뿐이다. 박정수 역시도 100%의 힘으로 던진 건 아니다. 분명 시즌 개막에 임박해서는 구속을 훨씬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그렇게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이날 박정수는 이닝당 1개꼴로 볼넷을 허용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때문에 이날 결과의 이면에 담긴 지향점에 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임기준은 패스트볼(137~142㎞)과 커브,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에 포크볼까지 섞어 던졌다. 연습경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레퍼토리다. 주어진 2이닝 동안에 다양한 구종을 시험해보면서 상대 타자의 유형에 맞는 최적의 무기를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2이닝 동안 무실점했다는 결과 자체보다 이러한 과정에 담긴 의미가 더 크다. 임기준 역시도 갈수록 구속은 좀 더 향상될 수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 누가 몇 ㎞의 구속을 기록했고, 몇 이닝 무실점을 했다는 건 그냥 참고자료일 뿐이다. 코칭스태프들은 이보다 실제 마운드에서의 템포나 투구 밸런스, 볼끝의 힘, 경기 운영력 등을 더 주의 깊게 살핀다. 선수들 역시 안타를 안맞으면 좋겠지만, 맞더라도 그간 연습해온 것 들을 시험하는 걸 선호한다. 바로 이런 시도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데 연습경기의 진짜 의미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