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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KIA 영건 투수진, 연습경기 기록의 진짜 의미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2-15 18:43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중인 박정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학창 시절에 자주 치렀던 모의고사를 떠올리면 될 듯 하다. 최종 점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모의고사의 내용이다. 어떤 과목에 약했는지, 어떤 유형의 문제를 또 틀렸는지 분석하고 대비해야 실제 최종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모의고사는 그런 연습을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결과에 만족하기 보다는 내용을 차분히 분석해보는 게 더 바람직하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KIA 타이거즈 선수단, 특히 젊은 투수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KIA는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일정에 들어갔다. 14일부터 열흘 동안 일본 프로야구 1군의 강팀들과 무려 8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이를 통해 기존 주전선수들의 경기감각 회복과 동시에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한다. 특히 영건 투수들의 기량 점검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투수진의 힘을 강화해야 올해 2연속 통합 우승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이던 뒷문 불안 문제나 아직 베일에 쌓인 5선발 확정 등을 위해 이번 연습경기 일정이 중요하다.

일단 14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과 15일 주니치 드래곤즈전에서 KIA는 1승1패를 거뒀다. 타자들은 주전급으로 스타팅 라인업을 대부분 채웠다. 대신 투수진은 영건들을 앞세웠다. 연습경기 초반에 젊은 투수들을 시험해보겠다는 KIA 수뇌부의 주관이 뚜렷이 느껴진다.


◇타자를 세워놓고 라이브 피칭을 하는 KIA 타이거즈 문경찬.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다행히 젊은 투수들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라쿠텐전 선발 문경찬은 3이닝 2안타 2삼진 무실점했고, 뒤를 이은 유승철도 2이닝을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았다. 15일에는 선발 박정수가 3이닝 3볼넷 1삼진 무실점, 두 번째 투수 임기준이 2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주니치전 세 번째 투수 한승혁은 1이닝 1실점했지만, 최고구속이 151㎞나 나왔다.

일단 여기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를 보면 매우 희망적이다. 젊은 투수들의 호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이왕이면 얻어맞는 것보다는 좋은 기록을 내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연습경기는 마치 '모의고사'와 같기 때문이다. 오답노트를 잘 만들어야 성적 향상의 가능성이 큰 것처럼, 이 결과의 이면에 숨은 의미에 더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연습경기에 잘했다고 해서 절대 만족하거나 들뜨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KIA 영건들의 투구 내용을 다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문경찬의 경우다. 3이닝 동안 35개의 공을 던져 매우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여기에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43㎞까지 나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초반 제구력은 잘 잡히지 않았다. 볼넷은 안나왔지만,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컸다. 그로 인해 1회 선두타자 오카지마, 그리고 2회 선두타자 우치다에게 각각 우전 안타와 중월 2루타를 내줬다. 자칫 초반에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수비진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면이 있다.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위력도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한다.

오히려 유승철이 평균 구속이나 변화구의 위력 면에서 나았는데, 이는 몸상태를 일찍 끌어올린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몸상태를 개막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게 새로운 숙제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연습 투구를 하고 있는 유승철.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주니치전 박정수의 경우에는 무실점으로 임무를 마쳤지만, 보완점도 드러났다. 구속 및 제구력 보강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박정수는 45개의 공을 던졌는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40㎞이라면 평속은 130㎞대 중반 정도에 그친다는 뜻이다. 이 구속으로는 아주 정교한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타고투저 현상이 압도적인 KBO 정규리그에서 상대를 이겨내기 어렵다.


물론 이맘때 100%의 몸 상태와 구속을 기록하는 투수는 없다. 맞춰가는 과정일 뿐이다. 박정수 역시도 100%의 힘으로 던진 건 아니다. 분명 시즌 개막에 임박해서는 구속을 훨씬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그렇게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이날 박정수는 이닝당 1개꼴로 볼넷을 허용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때문에 이날 결과의 이면에 담긴 지향점에 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임기준은 패스트볼(137~142㎞)과 커브,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에 포크볼까지 섞어 던졌다. 연습경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레퍼토리다. 주어진 2이닝 동안에 다양한 구종을 시험해보면서 상대 타자의 유형에 맞는 최적의 무기를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2이닝 동안 무실점했다는 결과 자체보다 이러한 과정에 담긴 의미가 더 크다. 임기준 역시도 갈수록 구속은 좀 더 향상될 수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 누가 몇 ㎞의 구속을 기록했고, 몇 이닝 무실점을 했다는 건 그냥 참고자료일 뿐이다. 코칭스태프들은 이보다 실제 마운드에서의 템포나 투구 밸런스, 볼끝의 힘, 경기 운영력 등을 더 주의 깊게 살핀다. 선수들 역시 안타를 안맞으면 좋겠지만, 맞더라도 그간 연습해온 것 들을 시험하는 걸 선호한다. 바로 이런 시도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데 연습경기의 진짜 의미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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