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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도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수술 경력이나 통증이 있는 선수들에 대해 이닝 제한을 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012년 9월 워싱턴 내셔널스가 15승6패 평균자책점 2.94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등판 일정을 마감시킨 사례가 대표적.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인데 이렇게 투구 이닝을 제한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미국에서도 찬반을 두고 굉장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워싱턴은 지구 우승을 노리는 팀이었는데, 에이스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관계자 뿐 아니라 워싱턴 선수들까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의견을 냈었다.
염 감독은 그렇게 적은 이닝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염 단장은 "김광현의 경우 선발이기 때문에 170이닝 이상을 던진 시즌들도 있지만, 2016 시즌 137이닝을 소화했다. 김택형도 2015 시즌 58이닝이 최다 이닝 소화 기록이다. 60이닝은 이보다 더 많다. 할 수 있는 맥시멈의 기준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더욱 걱정되는 건 현장과의 소통 여부다. 미국이야 단장 중심 야구가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한국은 확실히 현장의 의견이 중시된다. 그래서 단장이 이렇게 이닝 제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도 첫 번째 사례일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트레이 힐만 감독님과 지난 시즌 종료 후 큰 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세부적인 부분은 스프링캠프에서 만나 더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내 생각도 선수 운용에 대한 부분은 감독이 언급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우리팀은 외국인 감독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얘기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 감독이라 단장 마음대로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내국인 감독이었다면 소통이 훨씬 원활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힐만 감독님도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걸로 본다. 단장이 '승부처인 후반기 집중해 등판 이닝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지만, 실제 선수 운용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없다. 사전 조율을 잘 하고, 시즌이 시작되면 믿고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염 단장은 마지막으로 "김광현, 김택형 이닝 제한은 내 의견이 아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건의 사항으로 올라온 걸 검토해 계획을 세운 것이다. 내가 감독이라도, 단장이 시킨다고 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힐만 감독님께도 내 의견이 아닌, 트레이닝 파트 의견이라고 설명을 자세히 드렸다"고 덧붙였다.
과연, SK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는 데 두 사람이 제한 이닝을 모두 채웠다면, 그 때 논란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정해진 계획을 잘 따라 수년 후에도 두 사람이 건강하게 공을 던진다면 그 때 이 시도가 재평가 받을 수도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