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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FA시장은 온탕 냉탕이다. 대어급은 영입 경쟁속에 꽃길을 걸으며 몸값이 폭등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김현수(LG)는 4년 115억원을 받았다. 손아섭은 4년 98억원을 받고 롯데에 잔류했다.
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스스로 FA를 1년 유예한 이용규(33)의 결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용규는 지난해 11월 FA 공시직후 한화 구단에 권리행사 연기 의사를 밝혔다. "내년(2018년)에는 꼭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이용규가 밝힌 FA유예 이유이자 각오다. 부상으로 인한 성적 부진을 만회하고 당당하게 FA를 신청하겠다는 각오였다. 아쉬운 성적을 안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한화 구단은 반색했다. 박종훈 한화 단장은 지난해말 "이용규의 결단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성적에 상관없이 선수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꼼꼼하게 짠 개인훈련 스케줄을 확인했다. 진정한 프로라고 느꼈다"고 했다.
사실 지난해말만해도 이용규의 연봉재계약은 급전직하로 여겨졌지만 올초 분위기로 봐선 헐값으로 보기 힘들다.
이용규가 1년을 절치부심하며 얻는 이점도 있다. 올해 부활한다면 생애 두번째 FA계약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만 33세다. 5년전 4년 67억원에는 크게 못미치겠지만 '중박'은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FA시장 상황도 좋아진다. 지난해는 손아섭 민병헌 김현수 김주찬 정의윤 등 외야 FA는 역대급이었다. 올가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외야 FA경쟁자는 확 줄어든다.
연봉이 깎여 당장은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FA이적 협상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상금(연봉 두배, 8억원)은 지난해 기준(18억원)보다 10억원이 줄어들었다. 올시즌이 끝난뒤 한화에 잔류한다고 해도 결단에 대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대대적인 투자를 지양하며 리빌딩, 내부개혁을 외치는 상황에서 이용규의 결정은 한화의 짐을 상당부분 덜어줬다.
이용규는 야구 선수로서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지만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실속도 챙긴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