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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기면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였던 FA 김주찬과 정근우가 여전히 원소속팀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들 7명은 모두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전성기를 지난, 향후 몇 년 뒤면 은퇴를 생각해야 할 선수들이다. 현역으로 오랫동안 뛰고 싶은 게 선수들의 인지상정이다. 계약 기간을 두고 구단과 생각이 다르다. 1년이라도 연장하려는 선수와 1~2년 이상은 안된다는 구단이 맞서 있다.
김주찬은 KIA 구단으로부터 '2+1'년을 제시받았지만, 자신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한화는 정근우와 안영명에게 계약기간 2년을 내밀었다. 두 선수 모두 요지부동이다. 한화는 "옵션이 붙으면 현장이 피곤해진다"며 계약기간에서 '+1년'을 협상 전략에서 일찌감치 뺐다.
메이저리그는 FA 자격 취득 요건이 덜 까다롭고, 보상도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선수들에 한해서만 지명권 양도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적의 폭이 KBO리그보다는 훨씬 넓다. 그래도 하락세가 뚜렷해진 선수들이 팀을 찾기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계약 내용에 '옵션(option)'이라는 게 있다. KBO리그 옵션과는 다른 의미다. 계약 연장과 관련된 용어로 옵션, 즉 연장을 선택하는 주체에 따라 구단(club) 옵션, 선수(player) 옵션, 상호(mutual) 옵션, 귀속(vesting) 옵션 등 4가지 방식이 있다. KBO리그 구단들이 적용하는 '+1년' 조항 대부분은 '직전 시즌 성적이 일정한 기준을 통과할 경우 자동적으로 실행'되는 귀속 옵션이다. 다만 옵션의 조건이 KBO리그는 타율, 홈런, 타점 등 성적이고, 메이저리그는 경기수, 투구이닝, 타석수 등 출전 빈도라는 점이 다르다.
구단과 선수들이 협상 조건을 좋고 여러가지 방식을 고려할 수 있도록 메이저리그처럼 구단 옵션, 선수 옵션, 상호 옵션 등을 활성화하는 것도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규모도 대폭 높이는 것도 협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구단이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때 선수에게 지급하는 '바이아웃(buyout)'이라는 조항도 참고할 만하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존심과 관련된 것이지만,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용되는 옵션과 인센티브 조항을 구단에 역제안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선수 입장에서도 뭔가 보여주고 나중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단도 뻣뻣하게 있을 것이 아니라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