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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계약 난항, ML식 옵션-인센티브도 적극 활용하자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1-14 10:12


FA 외야수 김주찬은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로부터 2+1년 계약을 제시받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긴 FA들은 계약기간을 최대한 보장받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으로 구단이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구단과 선수에게 메이저리그식 옵션과 인센티브 항목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권한다. 스포츠조선 DB

해를 넘기면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였던 FA 김주찬과 정근우가 여전히 원소속팀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김주찬은 1981년생, 정근우는 1982년생이다. 첫 번째 FA 계약 때 김주찬은 KIA 타이거즈와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정근우는 4년 70억원에 한화 이글스에 둥지를 틀었다.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이후 각각 5년, 4년이 흘렀다.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든 FA 권리행사를 두 번씩이나 하게 됐다. 헌데 나이가 들었다. 힘과 스피드도 떨어졌고, 부상 위험성도 높아졌다.

두 선수가 원소속팀 KIA, 한화와 협상이 어려운 것은 나이 때문이다. 둘 뿐만이 아니다. 현재 FA 시장에는 김승회 안영명(이상 투수) 최준석(1루수) 이우민 이대형(이상 외야수) 등 5명이 더 있다. 안영명과 김승회, 이대형은 원소속팀인 한화, 두산 베어스, kt 위즈와 각각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최준석과 이우민은 원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도 외면하고 있어 곤란한 처지다.

이들 7명은 모두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전성기를 지난, 향후 몇 년 뒤면 은퇴를 생각해야 할 선수들이다. 현역으로 오랫동안 뛰고 싶은 게 선수들의 인지상정이다. 계약 기간을 두고 구단과 생각이 다르다. 1년이라도 연장하려는 선수와 1~2년 이상은 안된다는 구단이 맞서 있다.

김주찬은 KIA 구단으로부터 '2+1'년을 제시받았지만, 자신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한화는 정근우와 안영명에게 계약기간 2년을 내밀었다. 두 선수 모두 요지부동이다. 한화는 "옵션이 붙으면 현장이 피곤해진다"며 계약기간에서 '+1년'을 협상 전략에서 일찌감치 뺐다.

KBO리그 FA 제도에서 협상이 삐걱거릴수록 다급한 쪽은 선수다. 지금 상황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채태인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의 이해관계, 계산방식이 맞아 떨어져 이뤄진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철저한 '갑'의 입장인 구단이 결국 이기는 게임이다. 선수들의 시장 가치에 차등을 두지 않고 모든 FA의 보상을 같은 방식으로 취급하는 현행 제도가 불공정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지금 FA들은 상관없는 일이다.

메이저리그는 FA 자격 취득 요건이 덜 까다롭고, 보상도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선수들에 한해서만 지명권 양도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적의 폭이 KBO리그보다는 훨씬 넓다. 그래도 하락세가 뚜렷해진 선수들이 팀을 찾기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계약 내용에 '옵션(option)'이라는 게 있다. KBO리그 옵션과는 다른 의미다. 계약 연장과 관련된 용어로 옵션, 즉 연장을 선택하는 주체에 따라 구단(club) 옵션, 선수(player) 옵션, 상호(mutual) 옵션, 귀속(vesting) 옵션 등 4가지 방식이 있다. KBO리그 구단들이 적용하는 '+1년' 조항 대부분은 '직전 시즌 성적이 일정한 기준을 통과할 경우 자동적으로 실행'되는 귀속 옵션이다. 다만 옵션의 조건이 KBO리그는 타율, 홈런, 타점 등 성적이고, 메이저리그는 경기수, 투구이닝, 타석수 등 출전 빈도라는 점이 다르다.


구단과 선수들이 협상 조건을 좋고 여러가지 방식을 고려할 수 있도록 메이저리그처럼 구단 옵션, 선수 옵션, 상호 옵션 등을 활성화하는 것도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규모도 대폭 높이는 것도 협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구단이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때 선수에게 지급하는 '바이아웃(buyout)'이라는 조항도 참고할 만하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존심과 관련된 것이지만,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용되는 옵션과 인센티브 조항을 구단에 역제안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선수 입장에서도 뭔가 보여주고 나중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단도 뻣뻣하게 있을 것이 아니라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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