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이취임식이 열렸다. 구본능 전 총재는 정운찬 신임 총재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행사장에 등장했다. 그의 이임사는 짧았다. "야구 많이 사랑해 주시고, 정운찬 총재님 많이 성원해 주시라."
구 전 총재는 9구단, 10구단 창단. 고척 스카이돔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야구 인프라 강화, 800관중 돌파로 1000만관중을 향한 기틀 마련, 300억원에 육박하는 야구발전기금 마련(10구단 창단시) 등 여러가지 족적을 남겼다. 그가 재임한 기간에 중학교 야구팀이 80개에서 104개로, 고교팀이 53개에서 73개로 늘었다. 혼자 해낸 일은 아니지만 총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일은 없었다.
지난해에는 전 심판원의 비위 사실과 직원의 입찰 비리가 알려져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공과는 분명하다. 야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역대 총재 중 가장 소탈하고 열정적인 분이었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대충 대충이 없다. 대단한 추진력의 소유자였다"고 말한다. KBO 사람들은 구 총재를 따뜻한 어른으로 기억한다. 한 KBO 관계자는 "사무실에 자주 올라와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꼼꼼히 살피고, 같이 배달음식을 먹기도 했다. 격식을 차리는 것을 싫어했다. 앞으로도 이런 총재님은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 전 총재는 '이제 트윈스를 응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웃었다. "이제 LG 응원 안한다.(웃음) 야구 보는 재미가 다 사라졌다. 팬으로 볼 때가 좋았다. LG는 내가 아니어도 팬이 많다. 오늘부터 kt는 팬이 한명 늘었다. 막내구단인 kt 위즈를 응원할 것이다. 총재로 있을 때 생긴 구단이라 더 정이 간다. 수원구장 관중석에서 박수치며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