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눈물훔치며 떠난 구본능 전 KBO총재 "야구보는 재미 사라져 큰일"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21:06


◇구본능 전 KBO총재가 3일 오전 서울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이취임식에 참석해 이임사를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03/

지난 3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이취임식이 열렸다. 구본능 전 총재는 정운찬 신임 총재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행사장에 등장했다. 그의 이임사는 짧았다. "야구 많이 사랑해 주시고, 정운찬 총재님 많이 성원해 주시라."

이취임식이 끝난 뒤 구 전 총재는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KBO 임직원, 야구인, 미디어 관계자들과 오랜 시간 지난 일을 회상했다. 오고 가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인사할 때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눈가의 눈물을 연신 훔치며 "세월 빠르다"고 했다.

구 전 총재는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6년 4개월간 두 가지 삶을 살았다. 그는 희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룹 총수다. 구본준 LG 트윈스 구단주의 형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일주일에 2~3차례는 야구회관에 출근했다. 6년여를 무보수로 활동하며 야구인으로 살았다.

구 전 총재는 9구단, 10구단 창단. 고척 스카이돔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야구 인프라 강화, 800관중 돌파로 1000만관중을 향한 기틀 마련, 300억원에 육박하는 야구발전기금 마련(10구단 창단시) 등 여러가지 족적을 남겼다. 그가 재임한 기간에 중학교 야구팀이 80개에서 104개로, 고교팀이 53개에서 73개로 늘었다. 혼자 해낸 일은 아니지만 총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일은 없었다.

지난해에는 전 심판원의 비위 사실과 직원의 입찰 비리가 알려져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공과는 분명하다. 야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역대 총재 중 가장 소탈하고 열정적인 분이었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대충 대충이 없다. 대단한 추진력의 소유자였다"고 말한다. KBO 사람들은 구 총재를 따뜻한 어른으로 기억한다. 한 KBO 관계자는 "사무실에 자주 올라와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꼼꼼히 살피고, 같이 배달음식을 먹기도 했다. 격식을 차리는 것을 싫어했다. 앞으로도 이런 총재님은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 전 총재는 KBO 수장이 되기전에는 트윈스를 응원하러 자주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총재가 된 뒤부터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면 가지 않았다.

구 전 총재는 '이제 트윈스를 응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웃었다. "이제 LG 응원 안한다.(웃음) 야구 보는 재미가 다 사라졌다. 팬으로 볼 때가 좋았다. LG는 내가 아니어도 팬이 많다. 오늘부터 kt는 팬이 한명 늘었다. 막내구단인 kt 위즈를 응원할 것이다. 총재로 있을 때 생긴 구단이라 더 정이 간다. 수원구장 관중석에서 박수치며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