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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달러, 두산 베어스는 왜 이 금액에 계약한 더스틴 니퍼트를 잡지 못했을까.
상황이 복잡했다. 먼저 두산은 시즌 종료 후 니퍼트에 대한 보류권을 풀었다. 니퍼트를 보류 명단에 포함시키면 규정상 전년도 연봉 210만달러의 75%인 157만5000달러를 보장해줘야 했다. 두산이 보류권을 풀었다는 건 하향세에 접어든 니퍼트에게 150만달러의 거액을 주기 힘들다는 선언과 같았다.
구단, 선수 사이에 암묵적 교감이 있었다. 선수는 원하는 돈을 받을 수 없고, 구단은 줄 수 없으니 니퍼트가 시간을 갖고 시장 상황을 살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니퍼트가 해가 지날 때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한다면,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릴 계획이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니퍼트가 원하는 돈을 받고 다른 팀에 가 야구를 할 수 있다면 박수를 쳐주고, 갈 데가 없어 자신들이 줄 수 있는 돈을 받고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를 다시 받아들이면 됐다. 김태형 감독도 "정말 안된다면 교체 카드가 있지 않나. 니퍼트와 재계약을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KBO리그에서 야구를 더 하고 싶은 니퍼트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국, 원하던 몸값에서 금액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최근 니퍼트의 에이전트가 활발하게 국내 팀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kt 품에 안겼다.
만약, 니퍼트 몸값이 처음부터 100만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면, 두산도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하락세라도 니퍼트는 니퍼트다. 두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때는 100만달러로는 니퍼트 잔류가 어림없는 상황이었다. 니퍼트의 에이전트가 계약에 있어 매우 까다로운 파트너라는 건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kt가 어부지리로 생갭다 낮은 가격에 니퍼트를 영입한 셈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