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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박지수는 욕심쟁이? 노력이 천재를 만든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12-31 20:03 | 최종수정 2018-01-01 09:13


박지수. 사진제공=WKBL

'천재 소녀'는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물 센터'로 불리는 박지수(20·KB스타즈)도 더 완벽해지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선수다.

2017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 12월 31일은 '박지수의 날'이었다. 이날 박지수는 구리 KDB생명 위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풀타임 가까운 33분13초를 뛰면서 23득점-2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팀도 71대56으로 5연승을 질주했다. 올 시즌 자신의 첫 20-20이자 프로 데뷔 후 두번째 기록. 무엇보다 만 19세로 WKBL 역대 최연소 100블록을 달성했고, 전반 1~2쿼터에만 1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이 부문 역대 국내 선수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인 선수들이 즐비한 리바운드 기록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최다 리바운드를 달성한 것이다. 박지수는 "기록을 3개나 해서 좋지만, 팀이 이겨서 더 좋다. 올해는 팀 성적이 좋다보니 매일매일 순위표 체크하는 것이 즐겁다. 스포츠뉴스도 매일 보고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새해 목표가 "남자친구 만들기"라며 환하게 웃을 때는 스무살 소녀 그 자체지만, 코트 위에서는 승부사다. 사실 박지수는 신장 1m92에 타고난 농구 센스까지 갖췄기 때문에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선천적인 조건이 무척 좋아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사고, 외국인 선수들도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 도전해보라"고 부추길 정도다.

그러나 더 대단한 것은 박지수의 노력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박지수는 돌연 자유투 슛을 바꿨다. 정석대로 던졌던 기존과 달리 백보드를 맞추는 자유투를 꽂아 넣은 것이다. 결과도 좋았다. 15개 중 2개만 놓치고 13개를 모두 넣었다. 안덕수 감독은 "지수가 코치들과 슛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하는데, 자유투도 상의해서 바꾼 것 같다"고 했지만 사실은 박지수 스스로 결정한 변화였다.

박지수는 "원래는 코치님들과 많이 슛 상담을 하는데, 늘 '너 원래 쏘던대로 편하게 해. 안들어가도 부담 갖지마'라고 이야기해주신다. 오늘은 쏘던대로 했더니 계속 빠지더라. 연습은 안했다. 경기전에 한번 쏴봤는데 이게 더 낫겠다 싶어서 경기 중에 모험을 한번 해봤다. 사실 코치님들도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원래는 어릴때부터 백보드슛을 별로 안좋아한다. 그래도 오늘은 슛이 짧게 들어갈 것 같아서 백보드를 겨냥했는데 잘 들어가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아무리 프로 선수라 해도, 각도 하나하나를 예민하게 따지는 자유투 슛폼을 경기 도중 자신의 판단대로 바꾸고 또 그 변화가 성공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더군다나 박지수는 이제 겨우 프로 2년차다.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박지수는 팀내에서도 '소문난 욕심쟁이'로 통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코치, 선배들에게 물어 고쳐질 때까지 연습을 한다. 성격이 밝고 쾌활해서, 연습대로 안된다고 남들에게 예민하게 굴지는 않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혹독하고 냉정하다. 구단 관계자도 "지수는 정말 대단한 노력파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농구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왜 대형 선수로 평가받는지는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칭찬했다.

남자친구도 만들고 싶고, 친구들, 가족들과 자유로운 시간도 보내고 싶지만 사실 박지수의 진짜 소원은 농구에 더 맞춰져있다. 박지수는 "새해에는 코트 위에서 감정을 지나치게 표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상대팀들의 견제가 들어오다보니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는 것 같은데, 팀 막내로서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또 팀이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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