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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7년 KBO리그.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뜨거운 승부못지 않게 경기장 안팎에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말이 쏟아졌다. 촌철살인 재치있는 멘트부터, 주위를 웃음 바다로 만든 농담까지. 화제를 불러일으킨 말말말을 통해 저무는 2017년을 돌아본다.
◇논란의 말말말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손시헌이 한 얘기다. NC는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5승1패로 크게 앞섰다. 올 시즌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말이었다. 상대를 도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일부 팬들의 반발을 샀다. 롯데는 상대 전적 9승7패로 보란 듯이 복수에 성공. 그러나 NC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누르고 플레이오프에 진출.
'육절못'이라는 말이 탄생한 계기가 된 코멘트. 최형우는 2위 두산 베어스와 치열한 선두 경쟁중인 상황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에서 연속 우승을 경험한 최형우는 시즌 막판 6경기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두산은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KIA를 끝까지 위협했다. 그러면서 최형우의 발언이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KIA는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최형우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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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감독님은 영어를 잘해요"(SK 와이번스 박정권)
개막 미디어데이에 SK 주장 박정권은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영어를 잘하신다"라고 답해 행사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회식에서 서로 쌈을 싸주는 사이다"며 특별한 관계(?)를 과시했다.
"미디어데이 1선발 유희관입니다"(두산 베어스 유희관)
야구계 최고 입담꾼 유희관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단골 손님이다. KIA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그는 "미디어데이 1선발 유희관입니다"라고 인사말을 전해 시작부터 웃음을 선사했다.
"정의윤 펀치, 경찰 부르려고 했다"(SK 힐만 감독)
정의윤은 4월 1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 있던 힐만 감독의 가슴에 강펀치를 날렸다. 신선한 장면이었다. 다음날 취재진을 만난 힐만 감독은 "너무 세게 때려서 경찰을 부르려고 했다"며 웃었다. 이는 힐만 감독이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후에도 정의윤은 몇 차례 힐만 감독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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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가 왜 쫄아요"(KIA 김민식)
KIA가 우승을 확정 지은 한국시리즈 5차전. KIA가 7-6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는 양현종이 있었다. 첫 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자, 포수 김민식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김민식은 양현종에게 "대투수가 왜 쫄아요"라고 했고, 양현종은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이후 1사 만루 위기에서 양현종은 실점없이 경기를 끝냈다. 김민식의 한마디가 양현종의 긴장을 풀어줬다.
"Pick me, pick me"(SK 최민재)
KBO리그 올스타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최민재는 '힐만 감독에게 영어로 할 말이 있냐'고 묻자, 잠시 생각을 하더니 "Pick me, pick me"라고 답해 웃음을 유발했다. 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노래 제목을 활용한 재치 있는 어필. 그러나 최민재는 끝내 1군 콜을 받지 못했다.
"형들이 펑고가 너무 빠르대요"(넥센 히어로즈 이정후)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이정후는 고졸루키답지 않게 입담을 자랑했다. 그는 아버지인 이종범 해설위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대표팀 코치님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형들에게 항의가 들어왔다. 펑고 템포가 너무 빨라 스프링캠프인줄 알았다고 하더라"는 부탁을 전했다. 대표팀 막내의 당찬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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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10월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정규 시즌 최종전. 은퇴를 예고한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를 앞둔 이승엽은 '아침에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기분이 별로더라. 야구장에 가기 싫을 만큼,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고 했다.
"내 별명, 넘보지 않았으면 좋겠다"(NC 이호준)
9월 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홈 최종전을 앞두고 이호준은 "은퇴하기 좋은 날씨"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동안 이호준에게는 '호부지',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당초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별명은, 부진하다가 FA를 앞두고 펄펄 난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긴 표현이었다. 그러나 NC에서 꾸준히 활약해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그는 "최근 다른 선수들의 이름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상표권 등록을 하고 싶을 정도다. 넘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