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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출신의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27·휴스턴 애스트로스)가 AP가 선정하는 '올해의 남자 선수(Male Athlete of the Year)'에 등극하며 가장 빛나는 한 해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AP가 알투베를 올해 최고의 선수로 선정한데는 휴스턴의 자연 재해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AP는 '알투베는 애스트로스의 혹독한 리빌딩 과정을 견뎌낸 몇 안되는 선수로 지난 여름 허리케인 '하비'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휴스턴 시민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성적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아메리칸리그 타격 1위에 오른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최다안타 1위도 달성했다. 득점은 리그 2위, 출루율(0.410)은 3위, 도루(32개) 3위, 장타율(0.547) 6위에 랭크됐다. 휴스턴 선수가 MVP를 수상한 것은 1994년 제프 배그웰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알투베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1차전 3홈런을 포함해 타율 5할3푼3리를 때리는 등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키(1m68)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트라이아웃서 탈락한 적이 있는 알투베의 성장 스토리는 그가 스타 반열에 오르면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영웅의 이야기라는 점이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AP는 평했다. 알투베의 근성과 투지는 정평이 나 있다. 휴스턴 동료들은 그가 아무리 좋은 활약을 해도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동료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는 "한 번은 4안타를 쳤는데 글쎄 5안타를 친 적이 없으니 다음 타석에서 5번째 안타를 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더라.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선수다. 그를 보면서 나도 매일 발전할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휴스턴 시민들이 고통을 참아가면서 재건에 한창인 점을 두고 알투베는 "휴스턴 팬들이 나한테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팬들을 위해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들이 웃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알투베는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디즈니월드의 초대를 받고 방송에 출연하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선정 올해의 선수로 뽑히는 등 미국 전역서 스타대접을 받는 지금까지도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그는 "난 내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얼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저 매일 꿈을 위해 열심히 뛰는 선수일 뿐이다. 내 꿈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며, 팬들도 그걸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편이다. 휴스턴에서 정말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초 5년간 총액 1850만달러의 장기계약을 한 알투베는 휴스턴이 2019년 팀 옵션을 시행하지 않으면 생애 첫 FA가 된다.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등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도 머지않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